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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궁금해

아름다운 풍경만 보였는데, 이제 그 너머의 너희들이 보이네.

by 김편선


누군가가 궁금해진다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로 가는 마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것들에 눈길을 가고,

잠시 잠깐 발길이 멈추게 되고,

두리번두리번 찾게 되고,

귀를 쫑긋거리게 된다.

그렇게 마음이 가고,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나와 냥이들과의 인연도 그렇다.

회색 냥이와 몇 번의 교감을 나누고 난 이후부터 자꾸만 이 아이들이 궁금해졌다.

차를 끌고 비스듬한 언덕길을 올라가면서부터 설레고,

아이들이 있을만한 곳을 지날 때는 속도를 줄이고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차에서 내릴 때는 핸드폰보다 먼저 사료를 챙기게 된다.




항상 주머니 빵빵하게 사료를 챙겨 넣고 걸었다.

항상 아이들이 있는 장소에서는 아이들과 노느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이 있었던 곳을 지날 때는 꼭 불러본다.

"야옹아, 야옹아" 몇 번 부르고는 기다린다.

때로는 반갑게 "야옹~~~~"하고 답하며 나온다.

그러면 얼른 사료를 꺼내준다.

멀리 있는 아이들에게는 봉지에 담은 후 약간 뜯어서 던져준다.

오독오독.

그 소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때론 나의 부름에 대답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괜스레 시무룩해진다.




그러다가 또 알게 된다.

이곳 아이들을 챙겨주는 분들에 대해.

꽤 많은 분들이 사료를 챙겨 들고 이곳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벽에 오시는 분들, 저녁때 오시는 분들.

그분들을 만나면 첨 보는 사람들인데도 고양이 이야기를 나누느라 한참씩 서있곤 한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또 인연을 만든다.

묘연(猫緣)이 인연을 만들어준다.




나와 고양이들은 아직 서로 많이 낯설다.

난 애정 가득한 눈으로

고양이들은 아직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본다.

그래도 우리들 사이에는 궁금함이 있다.

그 궁금함이 우리를 이어주고 있다.




나도 오늘도 천흥 저수지 그곳에 간다.

그곳에 고양이들을 만나러 간다.

자꾸만 궁금해지는 그 아이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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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흥 저수지의 여름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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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방길 근처에 사는 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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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중한을 즐기는 냥이> <나를 바라보는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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