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동규는 그의 시 『즐거운 편지』에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라고 말한다.
이 시에 나오는 그 사소한 일, 그 사소함이 가족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시는 시인이 짝사랑하는 그녀를 생각하며 쓴 시이지만.
내가 현관문을 열 때면 도도도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이해주는 아이,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잘 해주는 나의 아이, 항상 자신의 곁을 내어주는 내 보물. 겨울 스웨터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내 소중한 가족.
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바로 나의 반려묘 도도이다. 도도는 내가 돌보던 길냥이 이쁜이의 아가이다. 남편과 내가 삼시세끼를 챙겨주던 이쁜이는 자신 뿐만 아니라 제 아기들까지 기꺼이 우리 손에 맡기곤 했다.
도도는 처음에는 3형제였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아가냥이들에게 도도, 레레, 미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루하루의 고단함이 많은 길냥이 생활. 레레와 미미는 어미가 분리를 한 건지 아니면 어디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긴건지 결국 이쁜이의 곁에는 도도만 남았다.
도도가 태어난지 4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 다른 큰 냥이들이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남편은 도도를 우리가 키우자고 했다. 우리는 일단 밖에서 케어하던 것을 집 안에서 케어하는 것으로 장소만 바꾼다고 생각하고 며칠을 지내보기로 했다.
조금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도도는 집안 생활에 잘 적응했고, 우리 딸 콩이(11살 된 반려견)도 동생으로 받아들여주었다.
도도가 나의 가족이 된 지 5년이 되었다. 그 사이 콩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콩이랑 함께 지낼 때는 철부지 막내딸 같더니, 요즘은 든든한 큰 딸같다. 나에게만 개냥이이다. 곁에 붙어서 있다가도 내가 좀 귀찮다 싶은 생각이 들면 어떻게 알고는 슬그머니 내려가 베란다에 마련된 자신의 공간으로 간다. 그러다가도 또 내가 부르면 도도도도~ 달려와 냥냥거린다.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다고 노래한 시인의 반어법적인 표현처럼 도도는 그렇게 가볍지만 무거운 존재감으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다. 나는 너의 그 사소함을 지켜줄 것이고, 너의 그 사소함은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의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