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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15. 2023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녀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살다 보면 나에 대해 소개할 일이 종종 있다. 그저 "안녕하세요. ○○에 살고 있는 ○○○입니다." 정도의 가벼운 소개를 할 때도 있고, 좀 더 개인적인 부분까지 소개할 경우도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1분 스피치 정도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나를 한 마디로 소개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김편선입니다."

아니면 닉네임을 써서 "열정솔뫼입니다."라고 할까?

아니면 나이를 말해야 하나? 아니면 하는 일.

어렵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란 사람을 소개하기가 참 어렵다.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꽃이 피어 좋고, 꽃이 져서 슬프다. 책을 읽다가 가끔은 목 놓아 울기도 한다. 길냥이만 봐서 안쓰러워 몇 년이나 캣맘으로 살았다. 

그런데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이다. 갑작스레 여행 약속을 취소해도, 만나기로 한 약속을 미루자 해도 무에 그리 섭섭할 것도 없다. 그저 그럴 만한 일이 있겠지 한다. 

나는 계절의 변화에 참 민감한 사람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즈음. 그 민감한 바람의 변화에도 봄인가 싶어 맘이 설렌다. 배꽃이 피면 달밤에 꼭 나가서 걸어보아야 한다. 처서 즈음이 되면 바람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먼저 가을을 맞이한다. 억새풀 사이로 하늘거리는 하늘을 꼭 한번은 봐줘야 한다. 눈이 내리는 날은 온통 들뜬다. 올해는 폭설 내리는 날 꼭 차박을 가리라 마음먹고 있다. 

그런데 나는 참 둔감한 사람이다. 추운 겨울에 외투를 잘 챙겨입지 않고 나가기도 하고, 한여름에 선크림도 제대로 안 바르고 나가기도 한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을 노래하고픈 사람이다. 그냥 참 좋다. 그래서 차박 여행을 다닌다. 차박을 다니면 정말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바람 소리, 바람 내음, 파도 소리, 하늘, 비 오는 풍경, 살을 에는 추위. 그 모든 것들이 오롯이 내게로 전해져 온다. 해돋이와 해넘이의 하늘은 같은듯하나 다르다. 호수와 강물은 모두 일렁이는 듯 해도 일렁임이 다르다. 

그런데 나는 참 도시적인 사람이다. 여행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지만, 일상의 삶은 불편함을 잘 견디지 못한다. 전원주택을 꿈꾼다고 했지만, 막상 선택은 아파트이다. 자연인을 동경하지만, 자연인처럼 살 자신은 없다. 

나는 경제생활에 빈틈이 많은 사람이다. 가계부를 꼼꼼하게 써 본 적이 없다. 잠깐 쓰다 말았다. 사치하지는 않지만, 돈을 계획적으로 쓰지 못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돈 버는 것에 대해서 참 무심하고 또 빈틈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경제활동(돈)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물론 돈을 좋아한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때가 거의 없었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것이 참 많다. 그동안 무심했던 경제에 대한 관념을 요즘 많이 바꿔가고 있다. 

나는 뒷모습이 아름답고 싶은 사람이다. 사실 앞모습에 자신이 없어서 뒷모습을 밀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 그게 맞다. 나라는 사람의 생으로 보면 나는 지금쯤이면 점심 먹고 나서 잠시 커피 한잔하고 있을 정도의 시간이다. 이제까지 앞모습으로 살아왔다면 이제 뒷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사람은 만날 때보다 헤어질 때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돌이켜보면 아름답지 못했던 헤어짐이 꽤 있다. 지금부터라도 뒷모습을 더 아름답게 가꿔야겠다. 그래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런데 나는 앞모습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에게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앞모습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안에는 나인 듯 나 아닌 모습도 있고,  버리고 싶은 나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나의 모습이다. 

 그래. 나는 뒷모습이 아름답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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