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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26. 2023

우리 채팅창에서 만났어요

학강모의 추억 그리고...

"언냐~ 기분 좋게 하루 시작했남? 언니 요즘도 월요일이 시간이 좀 나나? 담주 월요일에 언니 시간 괜찮음 볼까해서~"

"점심 먹을 시간 정도는 낼 수 있어. 그래도 얼굴 보자. 같이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자요."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지~"

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서로 안부를 묻고, 일 년에 한두번 정도 만나는 동생이 있다. 우리는 채팅창에서 만나 함께 일을 하기도 했고, 20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내가 인터넷 세상을 만난 것은 PC 통신이 막을 내리기 시작하고,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이전에는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남편을 통해 구해달라 하곤 했는데,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추가 비용 없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된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재미있었다.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만남으로 들뜨곤 했다. 동창 찾기 사이트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나름 기준이 뚜렷했고, 남편도 나의 성향을 잘 알았기에 우리 부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oo아, 사랑해"라는 사이트에서 나는 '가을국화'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가을 국화 특히 하얀색 소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남편도 가끔 사 들고 들어오던 가을 국화를 내 닉네임으로 사용했다.    

그때 우리 모임은 2~30대 여성들의 모임이었다.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던 모임. 대전 어딘가에서 첫 오프모임을 했는데, 그때의 설렘과 떨림은 지금도 기억난다. 

아쉽게도 이 모임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사진첩에서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름다웠던 그 사람들을 추억해 본다. 

 



"학강모(학원강사모여라)"는 내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준 카페이다. 

학원 강사를 하고 있던 나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찾아보곤 했다. 내가 가입할 당시 이 모임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모임이었다. 

그냥 우리끼리 놀았다. 우리끼리 카페지기도 하고, 과목별 과지기도 했다.  '국어쌤'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나는 1대 국어과 지기였다. 

국어쌤이라는 너무 흔한 닉네임을 선점한 덕에 뒤에 이 카페에 가입하는 많은 국어쌤들은 국어샘, 진짜 국어쌤, 국어쌤2 등의 닉네임으로 가입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게시판을 통해 소통하다가 우리는 오전 10시에 매일 채팅창에서 만났다. 학원강사의 어려움, 일상, 아이들 이야기 등 우리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이때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였다. 

20년째 인연을 이어가는 동생도 이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는 일 년 정도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종종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이 카페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나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이 인연으로 함께 일을 하기도 했고, 학원을 옮길 때도 이력서 쓰지 않고, 시강도 하지 않고  소개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인연으로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기도 했다. 특목팀장, 교무실장, 상담실장, 부원장 등 다양한 직함의 일을 하다 보니 종종 학원 설명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 인연으로 메이저 출판사(천재교육)의 체크체크 시리즈의 교재 편집 위원으로 활동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단원씩 맡아 교재를 집필했다. 전국의 기출 문제를 모아 분석하고, 문제를 선정하고, 다듬어 확인 문제로 실었다.       




최근에는 차박 커뮤니티에서 만난 언니, 동생들과 함께 또 따로 차박을 즐기고 있다. 주로 솔캠을 즐기는 편이지만 가끔은 떼캠도 하고, 또 때로는 맘에 맞는 몇 명이 오붓하게 차박을 즐기곤 한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참으로 편안한 모임이다. 전국에 자매들을 두고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요즘 내가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곳은 MKYU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임이다. 취미나 지역, 관심 분야에 따라 여러 개의 오카방이 있다. 

이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글쓰기를 하고, 책을 쓰고…….

하루하루 나를 들들 볶으며 삶의 치열함을 느끼고 있다. 


SNS 친구는 어떤 이유로 선택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처음에는 소통을 위해서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기에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단순한 소통을 넘어 친구가 되고, 또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주기도 한다. 


SNS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친구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간혹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만난 사람들과 참으로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기에 이런 만남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즐긴다. 


오늘도 나는 SNS에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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