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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27. 2023

눈 감지 말아요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

“언니야, 니는 다닐 때 제발 눈 좀 감고 다녀라.”

언젠가 동생이 한 말이다. 내가 수시로 길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오곤 해서 하는 말이다. 우리집 반려동물은 첫째인 초롱이를 제외하고 다들 길에서의 인연으로 가족이 되었다. 내 손에 구조된 강아지들도 꽤 많고, 내게 밥을 얻어먹은 길냥이들도 꽤 많다. 




‘아! 그럼 솔뫼님은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자는 걸까?’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유기동물과 길냥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책임감 있게 반려동물을 대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하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좀 다른 의미의 관심이다. 유기동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참 많은 것에 대한 관심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이런저런 문제로 데모를 많이 했다. 체류탄의 매캐함이 캠퍼스에 떠도는 날이 참 많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사회 문제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런 날들이 두려웠고, 불편했다. 학과 문제를 제외하고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간학교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면서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사회의 다른 면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그들이 왜 호적조차 없는지, 왜 그들은 의무교육인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하는지, 왜 그들은 그 나이에 노동을 해야만 하는지.




나는 유기동물을 그저 지나칠 수 없었기에 구조를 하고,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때로는 캣맘이 되고, 이동봉사도 하고, 후원도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반값 등록금' 집회에 열심히 나가 목소리를 보탰다. 나는 아이가 없지만.



 나는 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권력의 아첨꾼 노릇을 하는 언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내 스스로 언론개혁을 원하는 모임을 찾아가 활동을 하고 후원을 하기도 한다.




나는 '미시적 복지와 거시적 복지'에 대한 글을 읽으며 한사람 한사람의 후원이나 봉사도 사회에 보탬이 되지만 법안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른 변화라고 생각했기에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나는 더 이상은 환경을 악화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분리수거도 꼼꼼하게 하고, 텀블러조차도 많이 사지 않고,  ESG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눈 감지 않으려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살펴볼 것이다. 그럼 앞으로 또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관심이 있어야 보이고, 관심이 있어야 나눌 수 있고, 관심이 있어야 변화할 수 있다. 




"우리, 눈 감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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