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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Nov 01. 2023

당신의 쉼, 예약해 드렸습니다

오늘 하루 퇴근 못하고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퇴근길에 오픈 카톡 방에 올라온 글 하나를 읽었다. 




저는 모든~~~일에


의욕없고

기운없고

힘들고 

지치고



가을을 호되게 겪고 있습니다.

ㅜㅜ




많은 위로의 글, 응원의 글, 각종 이모티콘이 올라왔다. 다 각각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4~50대들이다 보니 남일같이 않아 작은 일에도 서로 이렇게 위로를 건네곤 하는 카톡 방 분위기가 참 좋다.




일단 퇴근을 하고 싶은 현실


퇴근 못하는 현실 ㅜ


컵라면 하나 물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번아웃 잘 안오는데

이번에 좀 당황스럽네요ㅜ


용기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답글이 올라오고~~~




개인적으로 많이 친한 분은 아니지만 얼마나 열심히 사는 분인지 알고 있고, 이번에 시집 공저를 내면서 많이 고생해 주신 분이셨다. 




그럼에도 나는 카톡 방에는 글 한자락 보태지 못했다. 

한 문장의 글로 위로와 응원을 드리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른 친구 추가를 하고, 커피랑 조각 케익 쿠폰을 보내드렸다. 아마 지금은 커피를 마시러 갈 시간도 없으실 것이다. 빨리 일을 끝내고 퇴근하고 싶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잠깐 마음의 쉼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하늘이 푸른 날.

햇살이 뽀송뽀송한 날.

낙엽이 뒹구는 날.



친구가 갑작스레 찾아온 날.

혼자 시 한 편 읽고 싶은 날.

일찍 출근해 사무실 들어가기 싫은 날.



일찍 퇴근해 아직은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

걷고 싶은 날.

커피 향이 고픈 날.



달달함이 필요한 날.

그냥 쪼끔 우울한 날.

그냥 쪼끔 기분 좋은 날.



손녀가 보고 싶은 날.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날.

엄마가 그리운 날.



그런 날에

잠깐 커피 한 잔 마시며 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님.

제가 오늘 퇴근은 못 시켜드리지만,

**님의 쉼을 예약해 드렸습니다.

언제든 필요하실 때 쓰시고, 

쉼이 더 필요하시면 

또 글 한자락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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