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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Oct 29. 2023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 진지한 사람은 유머러스한 사람이 부러워.

파릇파릇한 시절에는 질투라는 말을 들으면 입이 삐쭉거려지고 질투의 대상에 대한 미움에 더하여 살짝 원망의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새치라고 우겨보지만 결코 새치가 아닌 것을 인정하게 되는 나이가 되다보니 질투라는 말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누군가를 질투하는 그 모습에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담기고, 그 모습마저도 젊음인가 싶어 어쩜 그리 예쁜지.




그래. 이제는 세상 어지간한 것에는 질투가 생기지 않는다. 부러울 때는 있지만 그저 그뿐이다. 이런 나에게도 어릴 때부터 쭈욱 부러운 것이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오늘의 글감에서 말하는 질투의 대상이다. 




난 어릴 때부터 세상 진지한 사람이었다. 표정도 말투도 행동도 이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장난꾸러기 같은 사내 녀석들을 보면 유치하기만 했다. 농담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예능 프로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내 내면을 잘 들여다보니 난 유머러스한 대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재미나게 모임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노는 것보다는 차라리 책읽는 것이 편했던 나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그러나 그들을 너무나 쉽게 하는 그 유머가 참으로 부러웠다. 나는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을 숨기고 은근히 그들을 무시하고, 살짝 수준낮은 사람처럼 생각했다. 그저 솔직히 부럽다고 질투난다고 했으면 됐을 것을.




질투가 아닌 척 했지만 질투를 느꼈던 나는 가끔은 연습을 해보기도 했다.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쓸데없는 농담을 해서 오히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보기도 했다. 힘은 드는데 결과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강의를 할 때는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재미없는 강의를 했다. 나름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재미는 없다. 시험 잘 보게 가르치기는 하는데, 재미있지는 않다. 중고등부 수업을 하다보면 보통 90분이나  180분 수업을 한다. 그 긴 시간을 농담 한마디 안 하고 수업을 이끌어가기는 참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중간중간 사례를 들어주거나 아이들의 일상에 한발 다가가는 것으로 유머러스한 그대를 대신한다. 그러고보니 '난 20여년 그 어려운 것을 해 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역설적이게도 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머러스한 그대가 난 참 부럽다. 질투난다. 닮고 싶다.



여전히 나는 진지한 사람이다. 여전히 난 재미있는 말을 잘 못한다. 농담같은 대화보다는 진지한 대화를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난 유머러스한 그대를 질투한다. 다음생에는 좀 더 가볍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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