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정 엄마를 만나러 와서~~~
11월은 무에 그리 바쁜지
오늘 모처럼 엄마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모시고 모임에 가시겠다는 아버지를 혼자 보내고
엄마의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작은 상에
밥, 국, 접시 하나에 옹기종기 밥찬 담고,
김 한 팩 뜯고
따뜻한 물 한컵을 올렸다.
보통은 부엌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오늘은 아버지도 안 계셔서 안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물 한 모금 드시게 하고
밥 한술에 반찬 올려서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이번에는 김 싸서 한 입.
오늘은 우리 엄마가 참 맛있게 예쁘게 밥을 드신다.
입맛에 맞으셨던 걸까? 아님 조금 늦은 저녁에 배가 고프셨던걸까?
연신 내게 고맙다 하시며 맛나게 드신다.
엄마 밥을 먹여 드리며,
정말 한 톨도 거짓없이 행복했다.
엄마의 해맑은 웃음이 나조차 웃게 했다.
게다가 오늘은 안 먹는다는 도리질도 않고 끝까지 다 받아드셨다.
손에 쥐어준 휴지에
입 주변이랑 손도 잘 닦으시면서.
사실 요즘 막막할 때가 참 많다.
엄마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지시고,
주보호자인 아버지도 연로하시고,
매일이다시피 오가는 큰언니의 부담도 너무 크고,
다른 형제들은 마음만 있을 뿐 자주 오지 못하고,
나도 이렇게 한달에 두어번 와 보는게 전부이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걱정이 참 많다.
그런데, 막상
엄마를 보니,
맛있게 그리고 참 예쁘게도 밥을 드시는 엄마를 보니
걱정을 다 잊게 된다.
내일 아침이면
엄마의 실수에 나 또 막막해질지도 짜증이 올라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의 육아일기를 좀 더 오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