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빨래처럼
by 김편선
유달리 하늘이 쨍한 날
유달리 바람이 쌩한 날
유달리 손끝이 시린 날
겨울 빨래들은
꽁꽁 언 몸을 녹여 가며 말려가며
이사를 다닌다.
마루 끝에 뒹굴다가
고무 다라에 몸을 씻고
마당에서 하루쯤 조급한 마음을 덜어내고
다시 마루로 올라와 언 몸 녹이며 쉬었다가 할머니 계신 사랑방 아랫목 시렁 끝에 앉아 다리쉼을 한다.
삶이란 겨울 빨래처럼
녹여 가며 말려가며 다리쉼하며
그렇게 천천히 가도 괜찮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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