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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Aug 26. 2023

작지만 넓은 세상은 품은 "카순이"

나의 반려차 카순이를 소개합니다. 

 벽과 벽을 세워서 만든 공간.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내 삶의 많은 것들을 함께하는 소중한 장소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분명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데 우리에게 기쁨이 되기도 하고, 설렘이 되기도 하고, 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서른 살에 운전면허를 땄다. 이전까지도 차를 가지고 싶었지만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다 보니 운전을 못하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뭣보다 장을 보고 양손에 무겁게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울컥울컥 눈물이 나곤 했다. 아마도 처음 해보는 주부생활이 힘들었으리라. 그래서 운전면허를 따고 그날로 운전을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차는 나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 주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차에서 듣는 라디오의 사연은 더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 차에서 듣는 음악은 더 감미로웠다. 벚꽃길을 걷지 않고, 쓰윽 지나치기만 해도 그대로 봄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비 내리는 날.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또 얼마나 가슴까지 후려대는지……. 또 일에 지치고, 사람들에게 지쳤을 때 차문을 열고 옆자리에 가방을 툭 던져두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차는 세상으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나를 포근히 감싸주었다. 세상의 소리는 더 이상 나를 어지럽히지 못했다. 


 

 차가 나에게 더 소중한 장소가 된 것은 삼 년 전 차박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전에 차는 마음은 편안하지만 몸은 불편한 장소였지만 차박을 하면서부터는 몸까지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차박을 할 수 있도록 차 공간을 꾸미고 나니 여행이 일상처럼 쉬워졌다. 예약의 늪에서 벗어나니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퇴근 시간 잠깐 동네의 언덕길에 차를 세우고 앉아서 해넘이를 보아도 좋다. 출근하기 전 30분 정도만 일찍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이동저수지 뷰 맛집 그곳에 차를 대고 물을 실컷 보면서 커피 한 잔을 할 수도 있다. 운전하다 너무 졸리면 졸음 쉼터에 차를 세우고, 뒷자리로 넘어가 달콤한 10여분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 이렇게 차는 내가 일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아니 나의 일상이 되었다.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카순이. 그 품에 안겨 있으면 세상 무엇으로부터도 나를 지켜줄 것만 같다. 그리고,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주는 카순이.  좁지만 넓은 세상을 품은 카순이와 나의 동행은 아마도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카순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자연을 즐기고, 쉼을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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