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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Aug 29. 2023

설렘 가득 첫 차박

아무것도 안 해서 더 좋은 시간

아직은 쌀쌀한 3월의 그 어느 날.

혼자만의 차박.

그 처음.

드디어 떠나왔다.

저수지가 내 액자 속으로 들어왔다.

떠날 준비를 하면서,

자리를 잡으면서,

커피 한  잔을 준비하면서 내내 설렜다.

살면서~

이렇게 설렜던 적이 있었던가?


첫사랑 동아리 선배랑 썸 탈 때,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을 때,

남편과 결혼을 앞둔 그 어느 날,

첫 반려견 초롱이를 만났을 때.


그 모든 순간이 설렜지만 오롯이 나 혼자로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한 애썼던 걸 생각하면 무엇보다 설레고 가슴 벅차다.


이제 막 잠을 깨고 꽃을 피우는 생명들

나뭇가지에 매달린 알 수 없는 곤충의 집 그리고 이제 막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는 산수유와 진달래를 보면서 나는 온 마음으로 봄을 느꼈다.

이 아이들이 겨울 내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쉼 없이 생명을 키워냈듯이 나도 자연과 함께 할 시간을 위해 그동안 주말도 없이 일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아프고 한편으로 허무했다.

그냥 이렇게 떠나오면 될 것을.


밤과 아침. 닮은 듯 다른 그렇지만 또 같은...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책을 읽고,

어둠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 아침이 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차 안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차 안에서 느끼는 계절은

일상에서의 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숨쉬듯 어둠이 스며드는 저수지

설렘 가득한 첫 솔로 차박.

설렘 가득한 시 한 편



사랑. 그 처음의 설렘

                                              -솔뫼

그때 난

그때 넌

그때 우리는


설레기만 했을까?

 

우린

서로를 마주 보느라

서로의 눈빛만 마주 하느라

서로의 손을 꼬옥 맞잡느라

서로의 입술을 살짝 대어보느라


설렘보다 더 큰 두려움을

두근두근

두근두근

너의 가슴 설렘과

나의 가슴 설렘으로

설렘보다 더 큰 두려움을

감싸 안았던 것은 아닐까?


사랑, 그 처음의 설렘


세월의 흘러

첫사랑 그 사람은 내 곁에 없지만

또 다른 첫사랑으로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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