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카톡을 받았다.
사진 수정한 부분의 확인을 요청하는 사진관 사장님의 카톡이었다.
몇 번 카톡을 주고 받으며 소소한 수정 상황을 말씀드렸다.
사진?
프로필 사진이라도 찍은 것인가?
증명 사진 정도면 바로 받아왔을텐데.
아니다.
오늘 내가 주고 받은 카톡의 사진은 남편의 "영정사진"이다.
나는 남편과 이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부부로 만나 26년을 살았다.
우리에게도 바라만 봐도 봄바람이 살랑대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밥을 차려내던 시절이 있었고,
더 많이 얼음밥을 차려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대화를 참 많이 나누는 편이었다.
학원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새벽 어스럼까지 술잔을 앞에 두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얼음밥을 차려내던 그 시절에도 대화가 끊기지는 않았던 우리 부부였다.
대화를 나누다 곧잘 싸움이 되기도 했지만...
5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발견이 늦어서 수술이나 시술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나는 남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종합병원에서 한 달여 간 치료를 하고,
재활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내 생활도 엉망이 되곤 했다.
한동안 잘 지내다가 문제가 생기면
개인 간병을 구해야하기도 했고,
병원에서는 종종 퇴원을 종용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이라 매일 잠깐씩이라도 병원에 들러
남편의 간식을 챙기고, 머리를 감겨주고, 산책을 시켜주었다.
힘들었지만 다른 생각없이 오롯이 남편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때이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병원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 때는 매일 편지를 써서 간식과 함께 전달해주곤 했다.
사실 몸은 훨씬 편해졌다.
그때까지는 마음은 편해지지 못했지만.
5년의 입원 기간 동안 남편은 몇 번의 위기를 맞았다.
계획되어 있던 연수를 떠나기 며칠 전에
"언제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는
연수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발표를 하는 시간에 눈물을 쏟았다.
얼마전에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
상태가 안 좋으니 종합 병원으로 옮기셔야겠다고.
한편으론 짜증이 나면서도
또 한편으론 여행 중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문득 갑작스런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어 달 전에는 상조에 가입을 했고,
또 이번에는 마침 사진 촬영을 할 일이 있어 남편의 영정 사진을 부탁했다.
그런데, 영정사진을 만들려고 보니 쓸만한 남편의 사진이 없었다.
병원 생활 중인 지금의 모습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건강할 때의 사진 중에서 영정사진으로 쓸만한 사진이라곤 결혼할 무렵의 사진 뿐이었다.
무려 24~5년 전의 사진.
그 중에서 그나마 정면이 제대로 나온 사진 몇 장을 골라 사진관을 방문했다.
사진을 보여 드리며 이 사진을 한 20살 정도 많게 만들어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가능은 하지만 쉽지는 않다 하셨다.
젊게 해 달라는 경우는 많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하셨다.
상황을 설명드리고, 사진을 부탁드렸다.
그 사진이 몇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오늘 나온 것이다.
몇 가지 소소한 수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했다.
영정사진이나 수의를 준비하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갑작스런 이별에 당황할까봐 미리 준비를 했지만,
남편이 이 세상 소풍을 좀 더 오래 즐겼으면 좋겠다.
불편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실 난 잘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좀 더, 좀 더 오래 있다 이 세상 소풍을 마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