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편에게
남편은 원래 먹거리를 잘 챙기는 편이었다.
좋은 먹거리를 먹는다기보다 뭐든 잘 먹고 많이 먹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주 없이 술만 마시기도 한다던데
우리 여보야는
술도 엄청 좋아하지만, 안주도 푸짐해야했고 술이 취하면 꼭 밥을 챙겨먹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혼 생활 내내 밥이 나를 참 힘들게 했다.
남편이 장기 입원 환자로 지내면서도
나는 밥에 많은 신경을 썼다.
물론 밥이야 병원에서 챙겨주는 것이지만,
적당한 간식거리를 챙기는 것은 내 몫.
당뇨에 고지혈증까지 있는 상태라 간식 하나 챙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늘 대화의 시작은 밥이었다.
만나도,
전화를 해도,
"여보, 밥 먹었어?"
"여보,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맛있었어?"
"자기야, 오늘 간식은 뭐 챙겨줄까?
이런 식의 대화가 주가 되었다.
병원 생활이 3년하고 9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더 이상 남편과 밥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근육의 기능이 점점 떨어져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어져 그때부터 콧줄로 밥을 먹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사이 "밥"이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여보, 밥 먹었어?
여보, 밥 먹자
* 시집 [향기로운 일상의 초대] 중에서
이 시는 그 마음을 쓴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 남편에게 얼음밥을 차려냈던가.
이제는 그렇게 얼음밥마저 차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고보니
더운밥이든 찬밥이든 차려주고 싶었다.
더운밥이든 찬밥이든 먹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우리의 대화에서 "밥"을 빼고 나니 할 말이 없어서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밥"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나?
남편과 하루에 두세 번 정도 통화를 하는데, 정말 나는 한동안 할말을 잃어버렸다.
요즘은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할 때 시 한 편씩 읽어주고 있다.
때로는 좋은 글귀를 읽어줄 때도 있다.
시의 향기가 밥내음처럼 구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