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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Sep 01. 2023

동해바다, 울진 그 어디쯤

3박 4일 나홀로 떠났던 좀 길었던 그리고 특별했던 여행지



차박 여행을 다닌지 2년이 좀 넘었다.

매주 떠났다.

이런저런 상황으로 떠나지 못할 때는 평일 퇴근박을 했다.



많은 여행지가 내게는 모두 특별하다.

가까이는 지리산 세석을 보기 위해 두 번을 다녀왔고, 속리산과 서운산(안성)을 다녀왔다.

좀 멀게는 작년 여름휴가 때 제주도와 완도로 1주일간 차박을 다녀오기도 했다.


며칠은 지인과 함게

며칠은 혼자서.

그 행복했던

시간들...



더 오랜 옛날로 기억을 소환해 보면 국민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오토바이를 사시면서 6남매의 다섯 째와 여섯 째인 나와 동생의 헬멧까지 사 오셨다.

그렇게 셋이서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갔던 냇가도 기억 속에 살아있는 여행지이다.

엄마가 싸주신 김밥 보따리를 들고, 중간에 비가 와서 비옷도 입고 다녔는데도 얼마나 행복했던지...



그리고, 울 집 하나뿐인 아들.

오빠가 군대에서 제대 후 잠시 쉬고 있을 때 나와 동생을 데리고 문경새재로 캠핑을 갔던 기억도 난다.

설익은 코펠밥이, 초코파이 맛이, 불편했지만 행복했던 잠자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도 가장 특별한 여행지는 당일이나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연휴를 이용해 좀 길게 떠났던 나만의 3박 4일 차박여행에서 만난 뜻밖의 여행지이다.



작년 어린이날 연휴에 긴 차박 여행을 계획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이 그저 동해에 가서 해맞이를 하고 울진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는 생각했다.


먼저 영덕으로 달려갔다. 새벽길을 달려 해돋이를 보려고.

보통 해맞이공원을 많이 가지만 나는 산 위로 올라가 해돋이를 구경하기로 했다.

초행길이라 헤매느라 올라가는 도중 해가 떴다.

사진을 좀 늦게서야 담을 수 있을지만 내 기억 속에는 그날 떠오르던 해가 담겨있다.





해맞이를 하고는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어 해맞이공원으로 내려왔다.

해맞이 공원에서 아침 햇살과 바닷바람을 친구 삼아 한참을 '바다 멍~'을 했다.

십 수년 만에 만난 동해바다, 가슴이 벅찼다.






바닷길을 따라 울진으로 올라가는 길.

아! 운전을 할 수가 없다.

눈길 가는 곳마다 그림이어서 조금 가다 멈춰서 바다 구경하고, 또 조금 가다 멈추고~~~

모처럼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친구보다

바다가... 동해가...동해의 바람이...동해의 햇살이... 동해의 푸르름이...

더 설레서 내 발길이 자꾸만 멈춘다. 아니 멈추게 한다.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는 잠자리를 찾아 다녔답니다.

망향정(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그 망향정)에 올라서 바다를 보면서 큰 뜻(?)도 품어보고,

곱게 핀 해당화도 구경한 후 드디어 찾은 나의 잠자리.

여기가 오늘은 나의 호텔이다.

동해바다 영덕과 울진 중간 그 어디쯤이다.

도로 옆 솔숲에 차들이 두어 대 있다.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나의 카순이도 자리를 잡는다.









트렁크를 열면 아무런 막힘없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여기를 선택했는데, 다음날 새벽 나의 선택이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느꼈다.

한번 보시라.


이런 장관을

눈앞에서

아니 차에 앉아서 아니 누워서도 볼 수 있다니.


어떤 음악도,

어떤 그림도,

어떤 사람도.


이 순간은 그저 침묵으로 충분했다.








혼자서

하루 종일

바다멍을 하고,

바다에 발을 담그고

그렇게 2박 3일을 보냈다.






억센 손아귀가 내 발목을 부여잡는 동해바다를 떼어놓고

올라오는 길

요즘 노지 캠핑으로 나름 핫하다는 경북 상주 경천섬에 잠깐 들렀다.

밤에 도착해 불멍하면서 무알콜 맥주로 분위기만 잡고

다음날 아침 경천섬을 걷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 여행은 차박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다를 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니 내가 그저 바다가 된 시간이었다.


오래도록 특별한 여행지로 남을 동해바다 울진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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