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꾸만 찾아 헤매는 것

by 이백구십일

내 삶을 쭉 훑어보자면, 나는 늘 뭔가 의미 있는 걸 찾고 싶어 했다.

무언가 의미 없다고 느껴지면 급격하게 퇴색되고 무기력해지곤 했다.

다녔던 대부분의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는 대부분, 이곳에 있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회사를 퇴사할 때도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쉬고 싶고, 버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게 이유였지만, 그런 기분과 생각을 가진 이유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미 타령을 하는 내가 퇴사하면서 한 게 정작 콘텐츠 소비라니.

그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거창하고 거국적인 의미야 없지만, 나름의 소소한 의미는 있었다.


재미.

콘텐츠들에는 그게 있었다.

모든 콘텐츠에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골라서 소비하는 건 대부분 내 취향에 맞는 재밌는 것들이었다.

작고 연약한 의미였다.


퇴사 전, 1년 남짓 혼자만의 숙고 기간을 가지며 생각했다.

회사를 오갈 일이 없으면 난 정말 엉망진창으로 살 거야.

수면 패턴도 멋대로고, 먹는 음식도 난장판이겠지.

맨날 보고 싶은 콘텐츠나 보면서 하루하루 낭비만 할 거야.


퇴사 후 4년 차.

정확히 내가 예상하던 삶을 살고 있다.

뭔가 하고 싶지만, 딱히 뭘 하고 싶은지는 몰라서 멍때리는 일이 잦았고.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어서 함께 할 때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즐거웠지만.

그걸 모두 소비하고 나면 공허함과 무료함에 시달렸다.


그렇게 이렇게 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도 다시 돌아가서 직장인으로 살고 싶지는 않아.

이렇게 돈을 축내기만 해도 되나?

그래도 아직 여유 있잖아.


불안과 회피를 반복하며, 나는 오늘도 시간을 흘려내고 있다.

그저 삶을 버텨내고만 있는지도 모르겠다.

퇴사 후 여전히 에너지 레벨이 낮은 무기력한 인간으로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한 오늘.


에세이로 생각을 더 퍼뜨리고, 고민을 다시 곱씹고, 시간을 둘러본 결과.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때때로 약간의 에너지가 생겨났음을 느꼈다.

이건 한 번 시도해 볼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들도 발견했다.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변화 없이 오직 안락할 뿐인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작은 변화들이 쌓여있었다.


어느 날에는 이만하면 됐다.

다 피곤하고 의미 없고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냥 잠시 외면하고 회피하며 흘려낸 결과 오늘이 왔고, 내일이 올 것 같다.


크게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해서 하게 됐고.

바라던 성과를 얻어 기쁘기만 한 날들은 없지만.

그래도 올해는 아직 모르겠다.

이 불확실이 어느 날에는 불안했으나, 오늘은 설렘으로 느껴진다.


앞으로 지금처럼 요령 없이 무작정 쉬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겠지만.

주절주절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남기다 보니, 이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외에 달리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없었음도 안다.

어쩌면 아주 약간 요령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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