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의 나는 굉장히 활발하고 낙천적인 아이였다. 친구도 많았고 그 친구들과 노는 걸 아주 좋아했다. 시간만 나면 친구들 찾아 돌아다니고, 만난 친구들과 또 다른 친구를 찾아 함께 놀았다. 그러다 사춘기 무렵이었나, 환경이 변하고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은 드물었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불편하고 버거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제는 그것을 어느 정도 소화해 내거나 버텨내는 법을 익혔지만. 견딜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그게 좋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는 내 쪽에서 내가 편하고 필요한 게 뭔지 너무 잘 알게 되니까 모든 걸 차단하고 편한 길로 가는 법을 알게 됐다.
흔히 I 성향이라고 하면,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나가기를 싫어하지만. 막상 나가면 재밌게 놀고 온다고 한다. 전에는 나도 친한 친구와 함께 논다는 가정하에 그랬었던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냥 누굴 만나서 뭘 하던 나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자 끔찍한 것이 되어버렸다. 자주 놀던 친구와 노는 것 역시 그렇게 됐다.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 만나자고 하면 절대 싫은데 정도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음, 고민은 좀 해볼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나가지 않는 걸 선택할 확률이 극도로 높아졌다. 약 99.999% 정도.
늘 혼자 편하게 있다 보니 그게 익숙해져서 더 그런가 싶다가도 예전엔 안 이랬는데 왜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생각을 하면, 뭔가 병에 걸린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집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근데 내 경우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긴 하다. 난 나가려면 나갈 수는 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피곤한 걸 견뎌내고 꼭 그래야만 한다면 나가야지 어쩌겠어.
실제로 집에 모아둔 쓰레기가 넘치고 터져나가기 시작하면 언제고 컨디션 좋을 때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가서 버리고 온다. 중요한 건 나갈 필요성을 느끼느냐, 아니냐인데. 그 필요성이란 게 남이 아닌 내가 느껴야 한다는 점에서 꽤 심각한 난이도 곡선이 있다.
어쩌면 병이라고 할 만큼의 문제가 있는 사람도 나와 같은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나갈 수는 있지만, 나갈 필요는 못 느끼는 상태.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집을 오가고 오래 집에만 있는 사람은 드물다 보니 그런 걸 병이라고 규정짓고 있는 걸지도.
사람들은 가끔 자신과 다른 것.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거나 오히려 그런 걸 선호하는 사람을 보면 문제가 있고 병에 걸렸다고 하기도 한다. 남의 기준은 모르겠으나 내 경우에는 내가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아니면 병이나 문제라고 여기진 않는다. 그저 선택의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
아무튼. 너무 집에만 있는 게 남들 눈에 병으로 보일 정도의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나 자신도 필요성과 불편함은 거의 없지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에세이를 쓰며 옛날 기억을 좀 떠올리게 됐고, 서두에 썼던 그 모습을 발견했다. 어릴 땐 안 이랬다는 것.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때와 지금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왜 절친이라고 할만한 친구와 만나는 것조차 딱히 필요하지 않고 원하지 않게 됐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나하나 거치다 보니 나름의 진단이 나왔다.
내가 사람들 만나기를 꺼리고 싫어하게 된 건, 나와 맞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 버겁고 견디기만 해야 했던 그 자리에서 나는, 그 어떤 대화도 재밌게 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사람과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고, 나누는 대화 모두가 무의미하거나 어떨 땐 내가 원치 않는 선에 닿기도 했다. 그렇게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결국 그 모든 게 나쁘고 안 좋은 것으로 판단된 게 아닐까?
I 성향. 그러니까 집돌이 성향이 매우 공고해질 무렵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나 보다. 그냥 누구든 사람이 있기만 하면 불편하고 별로네. 근데 그게 부정적인 경험으로 약간의 가능성조차 뭉개버린 일반화의 오류라 생각하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미 마음의 문을 닫고 아무와도 교류하려고 하지 않으니, 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누구와도 즐거울 수 없는 사람이 된 거 아닐까?
안 맞는 사람이야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할 텐데. 그걸 알아보고 경험할 기회조차 차단한 채 일말의 불편함이나 버거움조차 닿지 않게 영영 떠나버린 거 아닐까? 조금 답을 찾았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에 나가서 나랑 친구 하실 분! 우리 잘 맞는지 알아보아요!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알아보려는 자세를 가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여전히 긍정적인 경험보단 부정적인 경험이 너무 많아서 잘될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