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개하지 않았고, 언제 공개할지 모르겠지만.
준비 중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나한테 아주 익숙한 감정인 우울감.
그 감정의 이야기인데, 아주 사적이고 딥하다.
사실은 그냥 하나의 자유 에세이 소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 하나를 소재로 정해두다 보니 줄줄이 굴비처럼 다른 것들이 엮여 나왔다.
모두 우울감 이야기였다.
이렇게 같은 감정에 대한 소재가 많다면 브런치북으로 엮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북을 기준으로 삼고 작업을 하려니 새로운 글감들도 떠올랐다.
목차를 대충 정리하고 나중에 쓰고 싶어지면 써야지.
목차만 봐도 뭘 쓰려고 했는지 기억날 거야.
그런 채로 서랍에 보관돼 있다.
근데 막상 정말 이런 기록을 적어낸다고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우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될 텐데.
이런 걸 쓰는 게 대체 무슨 가치가 있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와 가치가 없다면 안 쓰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우울 브런치북에서 시작된 게 에세이 전체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아직 안 쓴 우울 에세이 외에 다른 에세이에는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나?
생각해 보면 그런 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는 매우 개인적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의도도 없고.
이럴 때 이렇게 하니 낫더라 하는 처방전을 적고 싶지도 않았으며.
다들 이러시죠? 이러면서 공감을 구할 부분도 적다고 생각한다.
내가 에세이를 적는 건 가끔 치솟는 표현욕을 쏟아내기 위한 도구였고.
넘쳐나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정돈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체되고 멈춰 있던 생각이 나아가 좋은 발견을 하기도 했다.
전면적으로 남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었다.
그걸 혼자 간직하는 게 아니라 공개하고 있다 보니, 가끔 현타가 오는 건데.
그래도 혼자 쓰고 구석에 박아두기만 한다면 더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의욕을 잃을 테니.
어딘가에 모여들고 있고, 가끔 누군가 봐주기도 한다.
그 정도의 느낌만 간직하며 만족하고자 한다.
아마 어느 글에선가 비슷한 얘기와 비슷한 결론을 적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같은 불안이 오늘 또 찾아왔고, 또 되새겨서 또 같은 결론을 얻었다.
그런 기록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