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에세이를 쓰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늘 날 위해 그를 쓰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게 지금 시점에 공개가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것과 다른 것들을 여러 가지 깨달은 후로 웹소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놨지만.
또 다른 화두가 나를 찾아왔다.
에세이 쓰는 건 왜 이렇게 편하고 쉽고.
소설을 쓰는 건 왜 그렇게 힘들고 버겁다고 느껴지는가.
어쩌면 거의 트라우마처럼 남은 웹소설 시도로 잔재가 남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 보니 결정적인 차이가 느껴졌다.
내 에세이 대부분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걸 꺼내서 쓰거나.
그렇게 꺼내진 걸 다듬다 나온 결과물이 적힌다.
이미 내가 재료를 가졌고, 그걸 가끔 조리 정도는 하지만 대부분 조미료도 없이 꺼내놓는다.
소설은 재료가 내 안에 있는 경우도 있고.
다른 곳에서 올 때도 있었다.
이건 에세이랑 조금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겠으나,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바로 그 재료를 다듬고 깎고 가공해서 요리해야 한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조미료도 넣어야 하고.
추가로 필요해지는 다른 재료들이 많아졌다.
여기까지면 그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편해질 수 있을 텐데.
결정적으로 소설은 없는 재료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걸 쥐어짜고 짜맞추는 과정이 괴롭고 버거운 포인트인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시식했을 때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오거나 기대 이상이라면 너무 기쁘고 즐거웠지만.
그런 일이 자주 있진 않았다.
들이는 품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기대감도 커지기 마련인데.
내 경우 에세이에 비해 소설이 더 큰 보람과 기쁨으로 돌아왔던 적은 드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새 재료를 찾고 만드는 일.
여러 레시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일이 그저 기쁨일 수 있겠으나.
나에겐 꽤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었다.
이걸 이제야 안 게 우스울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나한테 더 맞는 게 뭔지 알아보려면 둘 다 경험해야 하니.
나 말고 누군가 알려줄 수도 알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알고 나니 조금 허탈했다.
근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에세이 쓰는 거 편하고 쉬워서 좋다.
그럼 에세이만 계속 쭉 쓰면 될 텐데.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으로 점철된 소설 쓰는 것에 왜 이렇게 눈길이 갈까?
랜덤 조합으로 운 좋게 얻었던 맛있는 요리 때문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소설이 이제 좀 두려움의 영역에 가까운 편이라.
에세이로 즐거운 지금 이 마음과 의욕을 망칠까 봐 가까이하지 않았다.
언젠가 저 건너로 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물론 조금 더 깨닫고 안 게 있는 만큼 전과 같은 방식을 쓸 생각은 아니다.
조금 더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냈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조금 더 알게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