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활동기 글 중에 그런 글을 적은 적이 있다. 매거진보다는 브런치북이 노출이나 반응 등에서 이점이 많은 것 같다고. 심적으로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용하는 거 나도 좀 더 적극 활용해 보겠다. 그런 말을 하면서 매거진으로 열심히 만들어놓은 걸 다시 연재형 브런치북으로 재개편하는 단행을 저질렀다.
최근에 중심과 초심을 좀 찾으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그때 적었던 것을 돌아보니 그게 얼마나 비겁한 변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더 많은 조회수와 라이킷.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한테 선보여서 더 많은 반응을 얻고 싶었던 것뿐이면서, 혓바닥이 길었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는 현재 브런치북보다는, 아직 만들어서 공개하지 않은 다른 작업물들이 영향을 많이 끼쳤다. 내가 가진 우울함에 대한 생각들을 적을 브런치북을 기획하고 첫 글을 썼다. 삘 받은 김에 두 번째 글도 바로 진입했는데, 길을 잃었다. 관련 없는 내용을 줄줄 늘여 쓰다가 아, 이건 우울이랑 전혀 상관없는 건데? 하면서 걷어내고 다른 글로 옮기고.
이어서 쓰던 내용은 아무리 내가 글 속에서 갈팡질팡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나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결국 두 번째 글은 다음에 다시 작업하기로 하고 나왔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걸 연재 주기에 맞춰서 미리 써놓고 발행하는 게 가능할까? 텀이 엄청나게 길어질 수도 있겠는데? 그냥 쓰지 말까? 다른 거 쓸 것도 많은데.
그 생각은 웹소설로 썼던 걸 단편으로 옮겨올 작업 작업을 하면서 거듭됐다. 현재 내가 기초적인 첨삭 정도만 해서 서랍에 넣어둔 건 네 편 정도인데. 한두 개도 아니고 개수가 네 개가 되니까 단편 연작 브런치북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드는 거다. 근데 과연 내가 남은 여섯 편을 언제까지 작업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아득해졌다. 왜냐하면 지금 서랍에 넣어둔 퇴고 하고 교정만 하면 되는 것도 왠지 손을 대기가 어려워서 미루고 있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단편소설 연작 브런치북을 만든다면 거의 월간 연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무리 연재 요일을 지키지 않아도 페널티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내 멋대로 써도 되나? 왠지 양심이 아팠다. 그러다 반응을 더 얻으려고 애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최초의 지점으로 돌아갔다.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으로 발행하는 것. 연재 주기와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만큼만 써뒀다가 나중에 개수가 모이면 브런치북으로 발간하는 것. 그게 맞는 방향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하고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고, 그게 에세이의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또 스스로 여러 제약을 추가해 가며 짐 덩이를 얹은 걸 보며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갈 수 있는데. 그러다 사람들 반응 별로면 또 이것도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노력해도 돌아오는 보답이 없네. 그러면서 포기하고 떠나려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브런치에서 쓰는 글들만큼은 그냥 내가 속이 시원하면 족하고. 내가 가고 싶은 만큼만 가서 하고 싶은 만큼 갈고닦아 내고 싶었다. 이미 작업이 완료된 브런치북이나 그냥 편하게 찍어낼 수 있는 만들어둔 두 브런치북은 그대로 두고. 앞으로는 웬만하면 연재형 브런치북에서는 손을 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좀 덜 조명받더라도 내가 글을 썼고, 그게 쌓여간다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자 한다. 브런치만큼은 금세 포기하고 싶지 않다. 먼 길을 가려면 짐을 가볍게 해야 하고. 무조건 끝까지 완주하며 달리겠다. 그런 생각보다는 그냥 갈 수 있는 만큼만 갔다가, 힘들면 돌아오고 다음에 다시 오지 뭐. 그 정도의 마음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지켜야 할 약속과 의무감, 책임감 같은 게 느껴지는 브런치북은 좀 나에게 맞는 방식은 아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모래주머니를 찼다가 벗었다가 한 게 우습지만. 과부하로 터지기 전에 깨닫고 조정하게 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글을 띄엄띄엄 꾸준히 발행하기 위해서 예약을 줄줄이 걸어 놓고, 이미 쓴 글을 그냥 서랍에만 둔 채 방치하는 것도 좀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언젠가 서랍에 있는 거 대방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최단기간 글 100개 도배한 사람이 될까 싶기도 한데. 뭐, 어차피 내 공간인데. 많이 쌓였으면 그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였고 많은 발견을 했을 테니 그건 그것대로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물론 쏟아내는 건 좀 아까우니 하루에 하나씩 정도로 타협 볼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무슨 100개 쌓아놓은 줄 나조차 착각할 것 같은데, 아직 본격적으로 안 펼친 시리즈의 첫 글이 두 개 정도 있고. 그 시리즈에 나중에 들어가야 할 글의 제목 정도만 잡아둔 개 몇 개 나머지는 다 브런치북 관련이라 말만 이러고 두어 개 찔끔 나오고 끝날 수도 있다.
뭐, 하고 싶어지면 할 거고. 아니면 안 하겠지. 가끔 나는 뭔가 나랑 안 맞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세상에 없는 선택지처럼 완전히 삭제시키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습성이 있다. 처음에 연재형 브런치북을 편법으로 사용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 때는 그냥 연재형 브런치북은 브런치에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예전에 조언받았던 게 생각났다.
너무 그렇게 생각을 닫아놓고 살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그냥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 이걸 선택했다고 영원히 저건 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그러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런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좁은 길로 들어가서 갇힐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었다. 때에 맞게 다 적합한 게 있는 거고. 지금은 틀린 게 나중엔 맞을 수도 있다고.
막 그 조언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답했다. 저는 그냥 이게 편해요. 하루에 수없이 흔들리고 생각을 고치고 방향을 바꾸고 하면서. 나는 그렇게 흔들리고 위태로운 내가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상태를 고정하고 가능한 그것에서 바꾸지 않는 쪽이 안전하고 좋은 것이란 생각을 했는지도.
그때는 꽤 많이 몰려 있고, 버거운 상태라. 표면적인 생각만으로 즉답하고 어색하게 대화가 끝났지만. 지금은 그 말씀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 그때그때 편하고 좋아 보이는 거 좀 하면서 변덕스럽게 흔들리고 휘어져도 그게 사는 거지 뭐. 어차피 결국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면서 괜한 죄책감, 의무감, 책임감은 왜 가져?
어쩌면 그걸 지켜야 했던 시간에 지키지 않았던 게 마음에 남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브런치에서 만큼은 딱히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일은 거의 없으므로. 이랬다저랬다 마음대로 다 해보기로 한다. 이런 기록이 앞으로의 면죄부이자 비겁한 변명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