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활동기에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가독성을 위해 파괴적으로 개행을 활용한 방식과 일반적인(?) 문단 스타일 중 뭐가 더 나은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 글이었다. 사실은 누군가 답을 주기를 바라면서 적은 글이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아서 얼굴을 붉힌 채 묻어둔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한테 의견을 묻거나 수동적으로 댓글을 구걸하는 글은 쓰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정정.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아무튼 돌고 돌아 충동적으로 개행을 최소화한 문단 스타일로 글을 적어본 후로 나는 답을 찾았다. 뭔가 개행으로 띄엄띄엄 글을 널어놓지를 않으니 생각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글이 더 잘 써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처음에 썼을 때는 그냥 우연이거나 이번 글이 잘 풀리는 거겠지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다음에도 그럴까 싶어서 다시 사용해 본 결과 이렇게 개행을 줄이는 게 나에게 더 맞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행을 한다고 스페이스바를 누르면서 알게 모르게 내 생각도 스스로 끊어먹고 있었다는 게 이제서야 느껴졌다. 그렇게 끊어먹는 행위를 없애니까 생각이 줄줄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글도 더 길어지게 됐다.
최근 글을 적을 때면 뭔가 그러리라 예상하고 시작한 것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글의 길이가 짧아서 당황하고 이걸 폐기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와 반대로 너무 길어져서 잘라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물론 짧을 때도 길 때도 그냥 올리기로 판단하고 거의 손을 안 대긴 했다. 그 이유는 더 나은 글을 위한다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가 결국엔 지쳐 나가떨어져서, 글을 피곤한 것이라고 여기고 더는 쓰지 않게 되는 행위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었다. 에세이는 줄줄 편하게 쓰는데 다른 건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서 쓰기 전에도 쓰면서도 괴로운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글을 쓸 때는 뭔가 글이 술술 써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글 하나를 쓸 때도 보다 적은 시간이 들었었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다 돌아와 다시 글을 쓰게 됐을 때, 어릴 때의 그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렇구나. 아직 글 쓰는 게 낯설어서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글을 쓰는 방식 때문이었다. 스페이스바를 팍팍 쳐대면서 내 생각을 끊어먹고 글도 끊어먹고 하다 보니 조금 조금씩 틈과 버퍼링이 생기고. 그래서 글을 이어가고 맥을 잡는 게 전보다 느린 거였다. 다시 이 스타일로 돌아오고 보니 여전히 문턱에 걸리며 음, 이렇게 쓸까? 저렇게 쓸까?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글이 써지는 느낌을 받아 좋았다.
단점도 있긴 하다. 안 그래도 나는 같은 말을 다른 형식으로 하고 또 하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개행을 안 하고 소위 뇌 빼고 쓰다 보면 이 경향이 좀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뭐 어차피 생각을 쏟아내고 정리하면서 정돈하고 다질 의도로 쓰는 거니까 오히려 더 맞는 방식일 수는 있겠다.
아무튼. 남에게 물으려 했으나, 스스로 답을 찾았고. 그 답이 내게 꽤 유용해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걸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고, 그게 이 글이다. 앞으로는 좀 더 여러 질문에 대해 내 안에서 답을 먼저 찾아보는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전에는 남한테 물을 일이 있어도 그냥 혼자 알아서 고민하고 답 찾고 결론 내리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남에게 기대려는 경향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어쩌면 나를 믿지 못할 사람, 남은 그나마 나보다 나은 사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건 좀 너무 간 것 같고. 남에게 보일, 남의 반응이 필요한 글이니 나보단 남에게 맞는 방식을 알고 싶었고. 그래서 볼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던 게 아닐까 정도로 정리하기로 해보자. 이젠 가능한 안 그러려고 하고 있고, 나를 위한 글을 쓰자. 여러 번 다짐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은 나에게서 답을 찾는 게 맞는 방식이다. 이 정도로 결론 내리고 매듭짓기로 한다.
땅 파고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아, 개행 안 쓰니까 이게 생각을 엮고 잇다가 안 가야 할 길로 잘못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잠깐 또 길 잃어서 4차원 너머로 넘어갈 뻔했다. 더 키보드를 두드리다간 정말 삼천포가 아니라 삼도천으로 갈 것 같으니 이만 줄이겠다.
요즘 들어 자꾸 글을 쓰다가 길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