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羽化) 해설 1:무너지는 세계와 울고 있는 나

삶은 하나의 유머였다.

by 권동균

중학교 시절부터 나는 실존적 물음에 빠져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생성해 내곤 했었다.

그것은 마치 지하실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은 어린아이가

계단을 집어삼킨 어둠을 뚫고 끝없이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지상에서 가까운 몇 계단은 흐릿하게 보였지만

조금만 내려가도 그 계단은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내 몸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결국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하기에 이른다.

"엄마, 김태희를 봐도 전혀 예쁘단 생각이 안 들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찾지도 못한 채

어린아이는 그대로 지하에서 길을 잃게 된다.


나는 그럴 낌새가 보이는 어린아이긴 했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선생님에게 당돌하게 선언을 했었다.

"나는 얘 반장으로 뽑지 않았으니까, 나는 인정 못 하겠어요."

당연히 선생은 나를 혼냈고,

그 이유는 민주주의 원칙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피상적인 답변은 나의 반항심만을 키웠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적할 만한 해결책이 아닌

무지와 망각으로 맞서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어딜 가도 답은 보이지 않았다.

철학자들의 생각은 당시의 나에게 불가해한 해답이었고,

또래보다 상당히 뛰어났던 나는 자만심에 빠져 있곤 했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구원을 포기한 채

‘재미난 것’과 ‘이상한 것’, ‘나를 흥분시켜 주는 것’을 쫓는

세상 멸망에 맞선 취객이 되게 하였다.


어떤 어른도 나의 어둠을 깊이 껴안아 주지 못했다.

그들도 한때는 나와 같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눈을 감아버렸고,

그들의 그림자는 그들을 떠난 듯 보였으나

그들은 단지 장님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취객으로 살았다.

반에서 친구들과도 교류는 넓었지만,

딱히 누군가와 오래 같이 하지 않았다.

이 녀석 저 녀석 번갈아 가며,

흥미가 떨어지면 그냥 떠나가곤 하였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그들을 보면 심술이 발동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들을 작은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울음조차 잃어버린 어린아이에게는

작은 위안이나마 되어 주곤 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내 깊은 숨이 새어나오곤 했는데,

나는 그 숨이 역겨워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김○○이라는 같은 반 녀석에게 그걸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정색을 하고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사실 역겹다는 것은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그건 가슴이 근질거림 끝에 올라온 벅찬 숨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의 세상을 흔들어버렸고,

다행히도 그 녀석은 그 뒤로 국민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