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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기 Jul 31. 2023

넷제로 외치면서
정작 ‛비행기·배’ 못 본척···

"항공, 해운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배출원" 

* 이 글은 7월 7일 작성된 글입니다. 


하늘과 바다 위를 돌아다니는 비행기와 선박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 두 부문은 전세계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한다(2021년 기준). '5%'라는 숫자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구에서 오염이 가장 적은 164개국의 탄소 발자국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델라웨어 대학교 교수 제임스 코벳)

하지만 기후 의제를 주도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Climate Change, UNFCCC)에서 이 분야를 국제'협력'기구들에 맡겨놓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넷제로를 외치면서도 각국 이해관계로 인해 국제 해운과 항공은 명확한 기준 없이 '알아서 잘 해야' 하는 분야로 남아있는 것. 
당사국총회(COP28, 11.30-12.12 예정/ 당사국 총회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2015년 극적으로 합의된 '파리 협약(Paris Agreement)' 이후 8년이 지난 지금도 해석 차이를 이유로 '반드시'가 아닌 '논의해 볼 만한 주제'라는 입장이다. 

물리학과 정치학은 또 이렇게 결별한다.
전문가들은 책임있는 국가들이 지금처럼 배출 규제를 외면할 경우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 '탄소 회계장부'에서 누락된 것들


항공기와 배가 배출하는 탄소는 탄소다.(잘못 쓴 문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위를 돌아다니든 태평양 바다 위를 돌아다니든 지구를 가열시키는 탄소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파리 협약을 도출한 국제사회는 이 부분에 합의하지 못했다. 실제 국제 항공 및 해운 부문은 각각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의 자체 규정과 목표에 맡겨졌다. 2022년 ICAO는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목표(long-term aspiration goals)'를 채택한 바 있고, 이번 주 런던에서 개최중인 IMO 역시 2050년까지 목표 상향 문제 및 부과금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기구들은 실질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어 전문가들은 2050년 목표 달성에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파리 협약 합의 당시 많은 전문가들과 비영리 단체들은 이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국제 항공 및 해운 배출이 계속 증가한다면 섭씨 2도, 특히 1.5도 이하를 유지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며 "항공, 해운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배출원"(세계자연기금 글로벌 기후정책 고문 마크 루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유럽 '파리협약' 적극적 해석 요구


독일 환경부 장관 스테피 렘케는 COP28를 앞두고 지난 5월 열린 피터스버그에서 열린 기후 대화(Petersberg Climate Dialogue) 연설에서 "(국제 해운 및 항공) 배출량을 완전히 매핑"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올해 말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상회의의 "글로벌 재고 조사(global stocktake)"에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COP28 측은 렘케 장관의 글로벌 재고조사 언급에 대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국제 해운과 항공은 파리 협정에서 협상된 결과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파리 협정에 언급된 '인위적 배출', 즉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오염('anthropogenic emissions' — or human-caused greenhouse gas pollution ) 범위 안에 이들을 포함시켰지만, COP28 대변인은 "해운 및 항공 배출은 인위적이지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부문별 전략"은 다른 유엔 기구의 권한에 속한다며 다른 해석을 내린 것이다. 


(* COP에 대해 변명하자면 안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일부 국가들이 자국 경쟁력을 이유로 논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만장일치' 주장은 곧 합의하지 않겠다는 전략과 일맥 상통한다. 파리 협약은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의제들이 '포기됐다'. )


#. 유럽 '해운 분야 규제' 강화


지난 3월 23일 유럽의회와 이사회(European Parliament and the Council)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80%를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FuelEU Maritime initiative'에 잠정 합의했다.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2%, 2040년 31%, 2050년 80% 등으로 줄여나가기로 하고, 그 대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5천톤 이상의 모든 선박, EU 항구를 운행하는 선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 EU 역내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국제 선박(총 에너지 사용량의 50% 적용) 등으로 정했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EU 전체 CO2 배출량 가운데 3-4%가 해운 분야에서 나온다. 


EU는 이 법안을 토대로 COP28에서 보다 강력한 해운 분야 탄소 규제를 주장할 예정이다. 


#. 항공 2042년까지 '두 배 점프'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상업용 항공의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는 국내 여행의 경우 거의 50%, 국제 여행의 경우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항공 교통량이 너무 많이 증가한 탓에 항공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가 두 배로 증가했다. 

보잉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상업용 시장 전망에서 현재 24,500여 대에 불과한 전 세계 상업용 항공기 보유 대수가 2042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더 많은 비행기와 더 많은 승객, 그리고 대형 항공기의 지속적인 증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며 이는 기후 변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장거리 항공편이 전체 항공 배출의 73%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단거리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나왔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다. ‘2021년 프랑스 기후법’이 의회를 통과한 지 2년 만인 지난 5월 23일부로, 2시간 반을 넘지 않는 거리에 있는 지역간 항공은 불허됐다. 파리~낭트(약 350㎞), 파리~리옹(약 390㎞), 파리~보르도(약 500㎞)를 잇는 노선이 대표적으로, 대신 열차 운행을 대폭 늘리도록 했다.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서울-제주 등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일부 단체는 이것도 부족하다며 '2시간 반'이 아닌 원안에 있던 '4시간'거리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 그나저나 미국은?


바이든 정부는 2023년 1월 10일 “2050 운송수단 탈탄소화 계획(The U.S National Blueprint for Transportation Decarbonization)”을 공개한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 교통부, 환경보호청, 주택도시개발부 4개 연방기관이 참여한 이 계획에 따르면 해운은 2050년까지 국제 화물 운송 제로 배출 "목표 달성 지원", 항공은 온실가스 배출 2030년까지 20%, 2050년까지 100% 감축을 담고 있다. 


11월 COP28에서 각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164개국'의 입장이 반영될지 극소수의 국가들이 다시 한번 승리할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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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RGtqJ6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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