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겨울에 봄이 오진 않겠지만

처음 쓰는 신춘문예 新春文藝

by 초제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부문에 도전했다.


5시 30분까지 꾸역꾸역 퇴고를 하고 급하게 학교 도서관에 뛰어가 원고를 뽑았다. 우체국은 6시에 마감이니 너무 늦었다. 하지만 제출 기한은 오늘까지인데.


이를 꽉 깨물고 택시를 불렀다. 부디 늦지 앉기를. 손님은 5시를 넘겨 택시를 타서는 무작정 가까운 우체국에 가달라고 했다. 기사는 액셀을 밟았다.


다행히 5분 남았다.


우체국으로 뛰어 들어가 갈색 봉투에 원고를 넣고 주소를 적었다. 금요일 오후라 도착하려면 화요일은 될 것이란다.


상관없었다.


쓰고 싶은 이야기였다.

써야 하는 이야기였다.


고름을 짜내듯. 꼭 토해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마감의 기준이 도착 날짜가 아니라 접수 날짜였던 것에 감사한다. 우편 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해는 졌다. 어둔 하늘 아래로 기숙사를 향했다. 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부족한 퇴고였다. 휴대폰으로 보니 오타와 비문이 제법 보였다. 그런데 어찌 가벼운 발걸음인가.


나는 아직도 글이 즐거운 걸까.


어느새 내게 글은 고통이었다.

수행이었고 때론 고해였으며 자해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 어쩌면 매춘과 하등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괴로운 심정을, 그 끈적한 시꺼먼 감정을 잉크 삼아 펜으로 싸질렀으니까.


그런데 설마. 내게 아직 글을 즐거워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나.


뉘엿뉘엿 구름처럼 그렇기에 정신을 차리면 이미 사라지고 만 지난 6년이었다. 6년 전 이맘때에 나는 꿈을 키웠다.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찬란했던 시절을.


동아일보 본사에서.


과학고, 영재고. 그리고 그 밖의 명문고.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인재들 사이에 섞여있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해서.


구태여 많고 많은 신춘문예 중에서 동아일보를 골랐다. 다시 그곳에 가고 싶었다. 한 번만 더, 그곳에 서고 싶었다.


"당선은 물 건너갔네."


너무 급했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 검수한다고 했는데 오타도 비문도 한 두 개가 아니다. 거기에 문단 간의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다.


그런데도 내 발걸음은 가볍다. 이상한 일이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이 어느새 소설가를 꿈꾸고 있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다.


이제 기숙사에 가서 밥 먹고 씻고 알바하러 가야 한다. 10시부터 다음 날 8시. 덕분에 밤낮이 바뀌었다. 더군다나 내일은 그동안 글 쓴다고 내팽기친 과제와 기말고사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과제를 생각하면 밤샘 근무를 하고도 오후는 되어야 잠에 들 것 같은데.


그런데도 나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발걸음이 가볍다.


뭐.


나의 겨울에 봄이 오지는 않겠지만.


꿈을 꾸는 겨울에 봄을 기대하는 일을 다시금 할 수 있어 미치도록 기쁜 모양이다. 내 인생을 날려먹은 선택이었지만. 원래 꿈이라는 게 그런 놈인 거겠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고, 그 이면에는 실패의 비릿한 쓴 맛이 숨어있지만. 이미 그걸 번 맛 봤지만.

그럼에도 봄이 오기를 기다릴 수 있다는 건 배고픈 대학생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기엔 충분하니까.



제법 부끄럼 많은 삶을 살아왔지만, 나는 아직 부끄러운 짓을 더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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