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분명 달라질 거예요
실컷 잘난 척하는 글을 싸지르고
-썼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다- 뭔가 달라질 것 마냥 선언했다.
글 쓴다고
공부 좀 했었다고
포기하지 않는 꿈을 꾼다고
일종의 방어기제였던 것 같다,
소외와 결핍에서 흔들리는 자아는 어떤 알껍질에 숨었다.
특별이었는지 특수였는지 헷갈리는 나의 미성년.
열정이라기엔 한 발짝 더 나갔었다, 어딘가 자폐에 가까웠다.
좀처럼 주변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지리,
가 스스로를 꿈에 유폐시켰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뭐시냐.
내가 세상을 따돌리는 거예요.
대충 그런 감성이었던 것 같다.
*
사춘기 남고생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
꼴사납고 부끄러워 막 손발이 오그라든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불을 펑펑 걷어찬다. 오타쿠 혼모노 씹덕 같으니(부분적으로 사실이다).
2018년의 겨울, 광화문대로의 동아일보 본사. 에서 품었던 꿈을 놓치고. 응. 놓쳤다고 생각한다. 폐인이 되어 좁은 방에서 썩어간. 악취 속에 삭아간 나의 스물. 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는 금연 호소인들의 지독한 거짓말처럼 도전한 재수, 군복을 입고서.
오랜 사회성 결여 혹은 부족.
에 선임들 입에 자주 오르는 일등병.
버티고 견디며 올라간 작대기 셋. 상등병.
과 동시에 시작한 수험생활. 취침시간 간부 몰래 모포를 뒤집어쓰고 굳어버린 머리로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로 잡히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붙잡아. 외워지지 않는 영단어를 보고 또 보고. 흡연장에서 혼자 처 울다. 기상과 동시에 보급관님 커피를 빌려 졸음을 미루고-
뉘엿뉘엿 11월.
훈련과 독감,
컨테이너 격리.
휴가.
시험.
그럼 그렇지.
예상했던 결과, 그러나 후련함.
은 마침내 다시 시작한다는. 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 전역. 만족. 행복. 설렘. 차마 다 가누지 못할 기쁨에 허우적거리며 본가에 당도.
나는 꿈을 꿔도 되는 사람인 것입니다,
정말이라고요 지난 1년 반이 그 증명입니다.
를 비웃듯 뜻밖의 진행 중이었던 가정의 해체. 이유는- 인간성 비슷한 말을 쓰려다 어떤 거부감이 들어 지운다, 상상에 맡기고자 합니다, 무책임한 글쟁이라 또 미안합니다- 아, 쓰다가도 담배가 말려오고 맙니다.
*
미워해선 안 되는 존재에 대한 혐오와 염증 증오 배신감 탈력감. 어쩌면 나는 이제 고아가 아닐까?
이어지는 불면증, 체력과 정신의 불안, 그러나 멀쩡한 척 웃으며 지내야 하는 나. 어디까지가 내 모습인지 나도 모르는 페르소나. 를 끼고 학교에 가요. 주변에 우울을 끼치지 않고자 스스로를 희롱. 여태껏 규방처녀만치 아껴온 꿈을 술자리 안주로 삼는 능욕. 이것은 천박한 남자의 경박한 조소. 낄낄. 좋냐? 좋냐고. 웃음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아아 이건 광대가 아닌가? 알코올에 취한 뇌 주름 사이사이 니코틴을 찔러 넣는 흡연장이 나의 정신과가 되기를 1년. 나는 나를 포기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버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지금을 넘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믿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리라고. 나는 지금 나의 인생에 서사시를 부여하는 중인걸요. 성공을 이룬 뒤에 그 성공을 더욱이 화려케 하는 그런 뒷설정입니다.
얼어붙은 물 대신 티슈로 몸을 씻던 고등학생.
의 꿈에는 아직도 덧붙여야 할 뒷 이야기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
조금은 의심이 있습니다.
나는 정말 버티고 있는 건가요, 추락하는 중인가요.
그래서 이리 적고 맙니다.
부탁입니다.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 기도라도 올려야겠습니까?
당신은 불신자의 기도 또한 들어주십니까?
이런 징그러운 이야기는 이제 그만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좋을 대로 전개를 뒤바꾸렵니다.
언젠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참으로 편리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
공감 이할과 냉소 팔할이었던 이야기. 그 이할의 공감을 한 번 받들어 볼까-. 이 모든 서러움이 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거름이라고 상상한다.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적인 아픔이라고 여기자. 싱클레어에게는 데미안이 있었지만 나는 나 스스로가 데미안이 되어야 한다.
이건 나의 청춘, 시퍼런 봄.
나의 멍, 푸른 멍. 나의 청춘.
술자리 안주로 곳곳을 우롱당한 나의 꿈.
그러고도 어찌 이리 새하얀가-
이건 저렴한 이야기.
맨 정신으로 미친 척 연기하는 니코틴 중독자의 망상.
하지만 나에게는 여태껏 쓴 일기 중에서 무엇보다 처절한 다짐입니다. 얼렁뚱땅 우당탕탕 이리저리 돌아가며 쓰여진 이 글은 결국 한 줄의 각오로 요약됩니다.
이천이십사년을나는버텨냈어요그래서이렇게말할수있는것입니다설날이끝나가는바로이순간에말입니다
저는 이겨낼 수 있어요
올해는 분명 달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