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도서요약,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성공의 방식
한근태 교수님이 데이비드 버커스의 <경영의 이동>을 읽고 두 페이지 내외로 요약을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이런 숙제를 내주시는 것이 반가웠다. 엉성하고 세련되지 않은 글 일 테지만 내 글을 읽어 보시고 한 두 마디 피드백을 해 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톡을 보자마자 알라딘에 들어가 책을 주문했다. 배송은 당일 저녁에 바로 되었다. 저자가 미국의 유명 대학교수구나, 강의, 교육, 집필 활동을 했구나. 후루룩 훑어보니 조직과 경영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 나와있는 방대한 기업의 사례들에 입이 떡떡 벌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예시들과 내용들을 어떻게 다 공부하고 수집하고 분석해서 책을 만들었을까? 놀라웠다, 특히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경영하는 기업, 그런 방법으로 성공을 한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는 퇴사 전 내가 다니던 회사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퇴사 후 진로로 작가, 강사로 살고자 하는 나는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대로 B2B 강의를 전문으로 하고 싶다.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에 기업과 조직의 이야기 그것도 혁신적인 내용들, 이를 테면 이메일 없애라, 고객보다 직원우선, 휴가는 마음껏 쓰게 하라 등 이기에 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23살 입사한 직장에서 18년을 근무했다. 한 직장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었기 때문이다. 일과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좋은 기회도 많이 얻었다. 회사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스스로 보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부단히 애썼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과정에 얻게 되는 것들이 나에게는 자산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좋은 기억이 많은 회사였지만 회사에 불만이 없진 않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은 삼삼오오 모여 불평불만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며 불만이 올라오면 나는 우아한 형제들의 전 대표이사였던 김봉진의 말을 되뇌었다. “총대 메고 깃발 꽂고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하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팔로우십을 발휘해야겠죠. 방관자가 되어서 불만만 갖는 사람은 조직에 필요 없다는 거죠.” 그러고는 ‘중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하며 넋두리하듯 혼잣말을 하곤 했다. 떠나고 싶었던 나는 현재 절을 떠난 중이 되었다. 퇴사 후 자영업도 해보고, 경험 쌓고 삽질하는 중이다. 인풋을 많이 하려 애쓰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이런 지혜를 이전 회사의 임원분들이 아셨더라면 어땠을까. 달라졌을까? 기존에 맞다고 생각하며 고수했던 틀을 바꿀 수 있었을까? 하며 여러 생각이 오갔다.
이 책은 생산성을 잡아먹는 최대 장애물을 업무 이메일이라고 주장하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춰라 라는 오랜 신념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임직원 모두가 휴가는 원하는 만큼 쓰며, 퇴사하는 직원에게 넘치는 보너스를 주라고 말한다. 또한 기밀 시 되었던 급여를 적어도 회사 내 직원들끼리는 알 수 있게 공개하라고 하며, 이직 시 경쟁금지 조항이 사실은 조직의 발전을 막는 조항이라고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실적평가가 사실은 직원들의 실적을 향상을 막으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직원 채용은 함께 일하게 되는 각 팀원들에게 채용의사 결정권을 주어야 한다고 하고, 조직도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지울 수 있도록 유연하게 바꾸어야 함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업무효율을 높여준다고 생각했던 개방형 사무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며, 안식휴직은 임직원의 생산성을 높여주며 진짜 리더를 거르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조직에서 관리자라는 존재가 진정 필요한가 에 대한 다소 여러 부서의 밥줄을 위협하는 발언도 하며, 떠난 직원은 이제 우리 사람이 아니니 남이지 라며 생각하는 평범한 조직에 일침을 가한다.
나에겐 모든 챕터의 내용이 너무나 생소했다. 내가 경험한 조직과는 너무도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진짜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와. 정말 이렇게도 운영한 기업이 있었구나, 혁신적인 방침에 기존 조직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직원들에겐 원망의 소리도 많이 들었겠다. 반대세력과 부작용은 어떻게 보완했을까?
이런 혁신을 위한 기준은 의지는 줏대는 어떻게, 무엇을 근거로 세우고 퍼포먼스가 나올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런 변화를 결심한 경영자들의 위대함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시행착오를 감행해 낸 임직원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이메일과 일에 치인다. 기존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의 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같다. 허덕이게 된다. 일의 우선순위에 치여 퇴근을 못하고 결국 아이 갖기도 힘들어지고 퇴근이 없고 주말도 없다.”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보기가 두려운 때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요청들이, 하소연들이, 새롭게 추가되는 일들일 많을지 두려운 것이다. 일하는 중 새롭게 추가되며, 급하게 답신을 요청하는 일들이 생기는지 이메일 포비아 걸릴 지경인 적도 있었다. 그때 내가 겪었던 감정이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구나, 이메일 업무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었구나 하며 공감하며 읽었다. 현실적으로는 정해진 시간의 이메일 확인 및 회신 플러스 시스템적으로 공유클라우드 활용이 좋은 안이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레 이메일을 전면 금지하면 답답함과 뻑뻑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업무의 집중도를 위해 이메일 금지 시간을 정해두고 업무시간 내 지정된 몇 시간만 이메일을 확인하고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끼리 보고라는 절차 없이 상황을 파악하고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일선 조직의 업무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지원부서가 추가된다. 그 과정에서 힘의 중심이 일선 조직에서 지원조직으로 옮겨갔다. 관리자들에게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질수록 일선 조직의 직원들은 관리직원들에게 얽매이게 됐다.”
본질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사람은 자기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누구에게 감시를 받거나, 관리자가 나를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면 부정적인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가는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
“휴가 무정책주의를 옹호하는 경영자들이 한 목소리고 꼽는 하나의 단어는 ’ 신뢰‘다. 이러한 정책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을 더 많이 신뢰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도대체 어떻게 신뢰를 계량화하거나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신뢰는 따지고 보면 화학물질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옥시토신이다. 이 물질은 종종 ’ 연대감 호르몬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애무나 목욕을 할 때 또는 음식을 먹을 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심장박동 수를 낮추고 호흡 횟수를 줄이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킨다. 옥시토신은 우리 뇌가 집중력과 기억력, 오류 인지력애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의사 결정력을 높여준다. -중략- 휴가 무정책주의는 경영진과 직원들 간에 신뢰가 없으면 이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신뢰라는 신호를 받으면 사람은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더 잘하고 싶고,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 한다. 혹자는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이 직원으로 들어와 판을 흐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챕터 4의 직원이 떠나게 돈을 지불하라>와 <챕터 5의 급여를 공개하라> <챕터 8의 직원 채용은 팀에 맡겨라>에서 인재를 거르고 조직에 보탬이 되는 사람만 남게 하는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문화에서 정보 투명성은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이다. 바로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정보의 투명성은 신뢰를 키우고, 신뢰는 효과적 팀워크의 기반이 됩니다.”
3800명 승무원을 대상으로 공지를 낼 때 정보의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상부에서 요구하는 문장은 공격받지 않게 돌려 말하고, 사이사이 행간에 의미를 두는 것이었다.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문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명확하지 않은 채 각자가 알고 있는 방식대로 이해했다. 이렇게 괴리감이 커지자 점점 더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신뢰가 없는 기업에서 효과적인 팀워크를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기현상이다.
“ 이 시스템이 전통이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된 것이 아니겠어요? 이런 반론을 들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늘 한 가지 비교 대상이 떠오른다 바로 내연 엔진이다. 주어진 에너지 중 겨우 30퍼센트만이 자동차가 굴러가는데 쓰이는 것이다. 내연 엔진은 실제로 작동하고, 쓸모가 있으며, 150년 이상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 돼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낮은 수준의 효율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시스템을 ’ 효과 있다 ‘고 이야기해 온 것이다. 새로운 방법들은 상식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더 나은 엔진을 만들고자 하는 진정한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율성>과 <투명성> <신뢰>가 있어야 좋은 인재가 득실대는 성장하는 조직이 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신념과 통념을 의심하고 필요하다면 저항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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