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새도약기금’이 출범 한 달 만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113만 명의 장기 연체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며 ‘국민 구제 프로젝트’로 시작된 정책이지만, 정작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할 대부업체들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금은 금융기관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부실 채권을 정부가 헐값에 사들여 소각하거나 재조정해주는 ‘부실채권 정리은행(배드뱅크)’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대상은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이하의 채무자들로, 이들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죠. 하지만 참여 기업이 거의 없어 기금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입니다. 재원을 분담해야 하는 은행권마저 내부 이견으로 갈라지며 정책은 출범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약속했던 새도약기금이, 정작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새도약기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민간 대부업체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부실 채권을 정부에 매각해야 하지만, 출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참여 업체는 고작 12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상위 10개 대부업체 중에서는 단 1곳만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채권 매입가가 원금의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이 가격에 팔면 손해만 본다”며 최소 25%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헐값에 넘기느니 차라리 채권을 포기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업계가 ‘보이콧’에 나서며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민간 기업들은 ‘손해 보는 공익 사업’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장 논리를 무시한 가격 책정이 가장 큰 문제”라며 “참여 유인을 높이지 않으면 정책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새도약기금의 또 다른 난관은 재원 분담 문제입니다. 전체 기금 8,800억 원 중 절반가량인 4,400억 원을 민간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출연해야 하는데, 이 중 3,600억 원은 은행권이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얼마를, 어떻게 낼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은행연합회 회의에서는 “당기순이익 규모에 따라 분담하자”는 기존 안이 제시됐지만, 일부 중소형 은행들은 “이익 대비 부담이 과도하다”며 반발했습니다. 대형은행들도 “이미 공적기금에 낸 돈이 많은데 또 부담을 지는 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새도약기금은 단순한 빚 탕감이 아니라, 연체자들을 다시 경제 주체로 세우는 재도약의 발판”이라며 협조를 당부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결국 은행권의 ‘눈치보기’가 길어질수록 기금 출연은 지연되고, 도움을 기다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이 단순한 채무 감면이 아니라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라고 강조합니다. 장기 연체자들이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 내수와 고용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책적 이상과 괴리가 큽니다. 대부업계는 “정부가 정책의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은행권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재정 부담을 지기 어렵다”고 불만을 제기합니다. 결국 새도약기금은 ‘서민 구제’라는 이름 아래 민간과 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대로 가면 새도약기금은 ‘탁상행정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 경고합니다. 정책이 진정으로 서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협력, 현실적인 보상 구조, 명확한 재원 관리가 필요합니다. 빚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꿈꾸는 113만 명의 국민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약속’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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