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최근 방한하면서 그의 ‘한국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내한해, 엔비디아 ‘지포스’ 한국 출시 25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국이 엔비디아 성장의 핵심 파트너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발명한 GPU, G-SYNC, 리플렉스 등 혁신 기술들은 모두 e스포츠와 한국 덕분이었다”며 “한국은 기술 혁신의 실험장이자 AI 발전의 토대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창업 초기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자주 방문하며 시장을 관찰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용산은 전 세계 PC 마니아들이 찾던 ‘IT의 성지’로, 젠슨 황이 엔비디아 GPU의 시장 가능성을 직접 체감한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그 시기, 엔비디아는 한국을 통해 ‘게이밍 GPU’의 성공 발판을 다졌던 셈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용산 전자상가는 국내외 전자산업의 중심이었습니다. 상가 내부는 사람들로 붐볐고, 조립 PC와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한 상인은 “당시 복도를 끝까지 걷는 데 5분이 걸릴 정도로 붐볐다”며 “매일이 축제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상인들이 ‘007 가방’에 현금을 가득 넣고 다니던 시절, 젠슨 황 역시 엔비디아 제품을 직접 홍보하며 GPU의 가치를 알렸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특히 한국의 PC방 문화를 ‘GPU 성장의 촉매제’로 꼽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었고, e스포츠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엔비디아는 한국 시장을 통해 성능 중심 GPU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었고, 이는 글로벌 확장의 결정적 발판이 되었습니다. 용산은 단순한 전자상가를 넘어, 글로벌 IT 역사에서 ‘엔비디아가 성장한 최초의 현장’으로 기록될 만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용산 전자상가가 엔비디아의 성장 초기와 맞물려 있던 시절은, 한국 전자산업의 황금기이기도 했습니다. 한 조립PC 업체 대표는 “그땐 주말이면 상가 복도가 사람으로 꽉 찼다. 컴퓨터 한 대를 조립하려면 부품을 일일이 상점마다 돌아다녀야 했고, 현금 거래가 일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이러한 ‘현장형 시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GPU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 GPU는 당시 한국의 PC방 문화와 함께 성장하며, ‘게이머 중심 하드웨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용산의 상인들 역시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엔비디아가 지금은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 말, 연 매출 10조 원을 돌파할 만큼 성장했던 용산은 한국 IT의 심장이었고, 젠슨 황이 몸소 뛰며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 무대였습니다. 엔비디아가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국의 시장 구조와 소비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토대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때 IT의 성지로 불리던 용산 전자상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쇠퇴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중심 유통 구조가 경쟁력을 잃었고, 가격 흥정과 불친절한 호객 행위로 상징된 ‘용팔이 문화’가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 부족한 주차시설, 노후한 기반시설 등이 맞물리며 상권은 빠르게 침체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용산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용산 전자상가 일대를 ‘디지털 혁신 허브’로 재정비해 스타트업, AI 기업, 전자 부품 연구소 등이 공존하는 미래형 산업지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과거 GPU의 출발점이었던 용산이 이제는 차세대 AI·반도체 산업의 테스트베드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젠슨 황이 20년 전 한국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제는 그가 이끈 AI 혁신이 다시 용산으로 되돌아오는 셈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기술과 사람의 연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https://autocarnews.co.kr/signboard-recognition-controversy-specification-inconven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