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격전지는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입니다. ESS는 대규모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인해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이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면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기업들은 빠르게 대응하며 기존 전기차용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전기차가 잠시 숨 고르는 사이, ESS가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며 “K-배터리의 기술력과 생산 속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ESS 시장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습니다. LG엔솔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활용한 ESS 생산을 이미 시작했으며,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특히 테슬라와 약 6조 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이는 단일 ESS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삼성SDI 역시 미국 인디애나주의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에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ESS를 생산 중이며, 내년에는 LFP 배터리 생산라인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한 테슬라와 10GWh, 약 3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 전용으로 개편하며,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합니다. 이미 1GWh 공급 계약을 확보했고, 추가 7.2GWh 물량의 우선 협상권까지 확보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세 기업이 나란히 ESS로 전환하면서 ‘K-배터리 연합’이 다시 한 번 글로벌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ESS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전력 저장 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력·태양광 등은 생산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을 때 공급하는 ESS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조사기관 BNEF는 미국 ESS 시장이 2030년까지 지금보다 약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IRA 정책이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고 북미 생산을 의무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최대 수혜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은 ‘K-배터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각 주 정부도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한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둔화로 위기설이 제기됐던 K-배터리가 ESS를 통해 다시 한 번 반전의 기회를 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ESS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명이 길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 중장기 성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K-배터리 3사가 빠르게 기술 전환에 성공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에서도 ESS 프로젝트 수요가 늘고 있으며, LG엔솔과 삼성SDI는 이미 주요 글로벌 전력회사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향후 5년 내 ESS가 전기차를 능가하는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ESS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반도체에 이어 또 한 번의 국가 기술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기차 끝물’로 걱정하던 K-배터리는 ESS라는 새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https://autocarnews.co.kr/signboard-recognition-controversy-specification-inconven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