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5년 대학교를 막 졸업한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나 20대 중반에 취업도 잘되어서 국립기관에 연구원으로 입사를 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곳은 익산왕궁리유적!
전라도에서 공부했던 나는 이곳을 처음 가본다.
백제무왕이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하려 궁을 조성하였는데 이곳이 바로 왕궁리유적이다.
현재는 발굴이 완료되어 이렇게 정비되어 있지만 그 시절에는 탑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도 주 5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발굴 조사라는 것이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한 곳에 정주해야 하는 것이라 이곳의 생활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식후 커피 한잔~
지금은 티백커피가 많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병커피가 더 익숙했던 때라 현장에서 여유가 있을 때는 병커피를 타서 마셨다.
커피를 내리고 동결건조해서 알갱이로 만든 후 포장해서 팔던 알커피
지금도 마트 가면 팔고 있다.
믹스커피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알커피만 타서 마셔도 고소하고 쌉싸름함 커피 향을 즐길 수 있다.
본격적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선임연구원 선생님이 꼭 점심 식사를 하시고 둘둘둘로 만든 믹스커피타임을 하시면서 티타임을 즐기셨다.
난 까마득한 후임이기도 하고 이 티타임이 나름 즐거워서 커피도 타고 했다.
바로 이 달달하면서 쌉싸름하고 고소한 커피믹스
이때부터 커피믹스에 중독되어 버린 나
2015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커피전문점이 많이 없던 때 아메리카노는 시내를 나가서 마셔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믹스커피라는 것이 카페인과 당 충전에 아주 좋았다.
밥 먹고 식후 믹스커피는 이곳에서 지내던 6년 동안의 추억을 말해준다.
국립기관에서 퇴사 후 부여에 있는 재단법인으로 가서도 이 커피믹스에 대한 사랑은 계속되었다.
바로 이 커피!
맥심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
꼭 현장이 시작되기 전에 챙겨야 하는 필수품
군인은 전쟁터로 가기 전에 총을 챙긴 듯
연구원들은 꼭 이 커피믹스를 챙겨야 했다.
고고학 발굴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인디아나존스 같은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정주하면서 유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라 자칫 따분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렇게 한 곳에서 현장을 하다 보면 흙도 옮기고 땅도 파고 물건도 옮기는 등 몸을 많이 쓰는 일을 하게 된다.
이런 때 당떨어지고 집중력이 흐려질 때 바로 고고학자들이 좋아하는 당과 카페인이라는 총알을 충전해 주는 커피믹스가 딱이었다.
지금은 당관리가 건강의 지름길이라 당류가 적은 스테비아 커피믹스가 대세이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그런 인식이 드물었기 때문에 커피믹스를 쉬는 시간에 한잔 밥 먹고 한잔 오후에 두세 잔 도합 5잔 이상 마셨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마셨는지 모르겠다.
봉화 광부들이 갱도가 무너져 생사를 다툴 때 바로 이 커피믹스 하나로 생명의 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기사가 있다.
새삼 고고학 발굴을 하면서 역사의 한쪽에서 이 커피믹스 한잔이 가졌던 추억과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