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든지 말든지

Let them, Let me!

by 온길

살다 보면, 우리는 자꾸 무언가를 통제하고 싶어진다.
내 아이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누군가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 같을 때,
심지어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까지
통제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저 보고만 있기 어렵다.
그래서 걱정하고, 조언하고, 설득하려 애쓴다.
그러다 상대가 힘든 일을 겪을 때면,
그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감해
나까지 함께 휘청거릴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든지 말든지.”

이건 무심함의 말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나만의 주문 같은 말이다.



얼마 전, 심리학자 멜 로빈스가 소개한 <Let Them Theory> 라는 개념을 접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생각, 감정, 행동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Your feelings aren't a choice, but your behavior and your thoughts are always a choice.”


결국,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그 이후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택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상대의 몫이고, 세상의 몫이다.
그 영역까지 움켜쥐려 하면,
풀리지 않는 일에 매달리다 결국 내 마음만 지쳐버린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조언한다.
“Let them.”
그들이 하게 두라.
그들이 선택하고, 실패하고, 배우게 두라.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말하라.
“Let me.”

나에게 집중하라.
내 생각과 내 삶의 방향에.


이 단순한 전환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


누군가를 바꾸려 애쓰는 대신,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


그게 진짜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걸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나만의 마법 주문, ‘그러든지 말든지’를 되뇌었다.
둘째 아이는 긴 연휴 끝에 등교하는 날이었고, 나는 쉬는 날이었다.
아침밥을 차려주려고 생각해둔 게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아이는 일찍 등교한 뒤였다.


‘인사도 없이 그냥 갔다고?

찬바람 부는데 옷은 제대로 입고 나갔을까?
이는 닦았나? 물병은 챙겼나?’
온갖 생각이 밀려오며 잠시 30초간 불편한 감정이 스쳤다.


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다.
‘그래, 안 깨우고 나갔으니 고맙네.
다 컸네, 다 컸어. 그래, 그러든지 말든지.’


그렇게 나는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
아침 러닝을 즐겼다.
예쁜 가을이, 섬세한 음악이,
그리고 잘 크고 있는 내 아들이,
참 고마웠다.


오늘도 let them, 그리고 let me.
그러니까, 그러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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