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머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발 밑에도 있다.”
『월든』 중에서
마음은 늘 앞서간다.
이루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들을 향해
이미 저만치 달아난다.
반면 머리는
현실과의 간극을 먼저 알아차리고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를 선택한다.
때때로 폭식을 하거나,
영상에 심취하거나,
내내 잠을 자는 방식으로.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도착해 있는데
몸은 여전히 이곳, '미완'의 자리에 있을 때
현실을 직면하는 일은 버거워진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될 것만 같고,
환하게 비춰 보이는 현실이 너무 밝아
순간 현기증이 일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멀어 보이던 천국이
지금 내 발 밑에도 자리하고 있다니.
잠시 멈춰
달음질치던 마음을 붙잡아
쉬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때 『월든』의 다른 문장이 겹쳐진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눈을 감기게 하는 빛.
지나치게 선명한 목표,
지금의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비교,
당장 도달하지 못할 미래의 그림자.
그 빛은 오히려
오늘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소로우는 말한다.
‘깨어 있음’이 필요하다고.
오늘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눈을 뜨는 것.
지금의 발 밑에도
나의 천국이 있음을 느끼는 것.
나아가
내일의 태양을 앞당겨 붙잡으려 애쓰지 않고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태도.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앎.
이 깨달음이
오늘의 나를 희생시키지 않는 자세를 만든다.
천국은
모든 것을 이룬 뒤에야 허락되는 보상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대하는 태도 속에 있다.
머리 위 어딘가에 매달린 미래가 아니라
발 밑,
오늘을 딛고 서 있는 이 자리에도
천국은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희생시키지 않기로 한다.
눈부신 빛에 눈을 감기보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깨어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천국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자리에 이미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