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셨습니다

2025년의 마지막 출근길

by 온길

잘했다는 말보다
조금은 미지근하고,
수고했다는 말보다
조금 더 깊은 말.


“애쓰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당신이 지나온 시간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앞에 세우기 위한 말이 아니다.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오늘을 버텨온 사람에게
눈을 맞추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방식에 가깝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출근길.


교문 앞, 등교하는 아이들 곁에서

차량 통행을 살피는 손길이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킨다.


복도와 화장실,
학교 실내 곳곳에서는
말없이 청소를 이어가는 손길이 분주하다.


열 시가 가까워질 즈음,
급식실에서는
음식 냄새가 천천히 퍼지기 시작한다.


각 교실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또 하루의 일상이 조용히 열린다.


그리고 수업이,

교육이
제 갈 길을 가도록
보이지 않게 받쳐주는 손길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지탱하며
오늘을 건너간다.



그리고

일상의 변화는
대개 큰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 속에서
변화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선택한 사람의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알아봐 주는 시선 속에서
지속되고,
조용히 확장된다.


“애쓰셨습니다.”



아마 우리는
새해에도
서로의 존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별다른 자각 없이
지내게 될 것이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래도 가끔은,


서로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서로를 보호할 수 있었음을,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낸

누군가의 발걸음이

분명히 있었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 너머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기를.


"2025년, 올 한 해 애 많이 쓰셨습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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