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스로를 믿게 하는 말
오늘은 졸업식 D-1,
아이들과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먼저
아이들 전체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의 긴 인생 가운데
딱 1년을 함께 지냈어.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선생님은
너희를 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어.
오늘은
그 1년 동안
선생님의 눈에 들어온
너희 각자의 강점을
이야기해 주려고 해.”
그리고 그 말을 안고,
수업 대신
교실 옆 상담실로
아이들을 한 명씩 불렀다.
어떤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너의 강점은 회복탄력성이야.
친구 관계에서 어려운 일을 겪었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잖아.
그런데 너는
선생님이 내민 손을
의심하지 않고
도움으로 받아들였어.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너 스스로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지.
그 과정을
선생님은 계속 지켜봤어.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
또 어떤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을 건넸다.
“너의 강점은
흔들리지 않는 묵직함이야.
중심이 단단하게 잡혀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서
어려운 일이 닥쳐도,
반대로 너무 신이 나는 일이 생겨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거야.
그 중심을 지키면서
끝까지
자기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있어.”
그리고 이런 아이도 있었다.
“너는 이미 아티스트야.
주어진 작품을 너만의 색채로 풀어내는
예술 감각이 아주 뛰어났어.
그리고 더 인상 깊었던 건,
다른 사람의 뾰족한 말들조차
품을 줄 아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야.”
마지막으로
꼭 이 말을 덧붙였다.
“살아가다 보면
지치고,
나만 더디 가는 것 같고,
나 자신을 믿기 어려운 날이 올 거야.
그럴 때 오늘 이 말을 꺼내 봐.
이건 선생님이
너를 한 해 동안 보면서
확인한 사실이야.”
아이들 중 몇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몇은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고,
몇은 볼이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말들은
오늘을 위한 말이 아니라
훗날을 위해 남겨진 말이라는 것을.
교사는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앞길을 정해줄 수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아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에
기댈 문장 하나는
남겨줄 수 있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아이들 안에 이미 있던 힘을
말로 꺼내
건네준 일이었다.
강점 처방.
그렇게
아이들과의 마지막 말을 건네고 난 뒤,
나는 조용히 칠판에 한 문장을 적었다.
Trust Yourself.
자기 자신을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라는 뜻으로.
졸업식 전날,
선생님이 건넨 말.
아이들은
이 말을 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괜찮다.
강점은
외워서 지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것이니까.
언젠가
자기 자신이 가장 못 믿어질 때,
칠판 위에 남아 있던 그 문장처럼
마음 어딘가에서
이 말이 떠오르기를 바란다.
Trust Yourself.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그 기억 하나면
다시
한 걸음은
나아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