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나쁜가?

모순을 안고 사는 일

by 온길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 양귀자, <모순> 중에서


사랑에 대한

참으로 낯설고도 냉정한 문장.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일이라 믿고 싶었다.
그런데 실은,
조금 더 괜찮은 나를 보여주고 싶어 애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가만히 돌아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조금 더 단정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지려 애쓰고,
게으름을 들키지 않으려 하루를 정리한다.


그 마음은 거짓일까.
아니면 성장일까.


어쩌면 사랑이 드러내는 이 아이러니는
삶 전체의 구조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모순적인 사람들이다.


자녀의 독립을 말하면서도
그 아이가 여전히 나를 찾는 순간을 은근히 기다린다.
스스로 설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완전히 멀어질까 봐 마음 한쪽이 시리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한다.

자연스러움을 꿈꾸면서
끝내 평판을 의식한다.


혼자가 편하다고 하면서도
완전히 혼자가 되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유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감각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


상처받기 싫다고 다짐하면서
또다시 마음을 건네고,
기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작은 눈빛 하나에 의미를 얹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마음을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품고 산다.


모순은 때로 우리를 아프게 흔들지만,
그 모순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깊어진다.




모순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까.


나는 앞뒤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도 않다.
그건 애초에 닿을 수 없는 영역에 가깝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사랑이 나를 왜곡시키더라도
그 왜곡 속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마음 쓰는 나를 인정한다.


자녀의 독립을 바라면서도
여전히 연결을 꿈꾸는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고 싶으면서도
더 나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망을
굳이 지우지 않겠다.



‘생의 모순’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생의 모순’을 받아들이며 사는 삶.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억지로 하나로 맞추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욕망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일.


어쩌면 그것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숱한 모순을 안은 채
하루를 건넌다.


Image from pinterest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