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탑승기 - 한식 기내식 (1)

기내식 업그레이드 선포 후, 궁중요리 '신선로'

by wwestin

2025년 3월 12일 대한항공은 새로운 CI와 신규 로고를 발표했다.

이 날 내가 가장 관심 있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프리미엄 클래스에 대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였다.


그동안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클래스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았다. 특히나 일등석은 말이다. 티켓 가격만큼은 어느 외항사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비쌌다. 그러나 다른 부분들은 한국에서만 최고로 인정받았고, 한국 밖으로 나가면 외항사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비행기 좌석은 시대에 비해 노후되었으며, 기내식 역시 빈약했다. 외국항공사들도 한식 기내식에는 김치를 제공하는데, 명색이 대한민국 국적기인 대한항공에서는 김치는 찾아볼 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단무지, 피클 같은 오이지 등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한식 정찬 역시 드레싱 및 소스가 너무 과해 고급 한식보다는 웨딩홀 뷔페식에 가깝다는 평이 우세했다. 침구류 역시 별로였으며, 어매니티 파우치는 일등석 파우치가 아니라 "동네 수영장 파우치"라는 놀림을 받을 정도로 볼품이 없었다.


그랬던 대한항공이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를 작정하고 싹 갈아엎었다. 어매니티, 침구류, 잠옷, 식기류까지 싹 갈아엎었다.

특히 한식 기내식의 개편폭이 상당했다. 한식 정찬을 없앴다. 대신 5성급 호텔 한식당처럼 파인다이닝 코스를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기존 한식 정찬이 어설프게 코스 요리 순서대로 내놓았던 기내식이라면, 개편된 한식 기내식은 정말 제대로 된 하나의 파인다이닝 코스요리 같았다.



우선 항공기를 탑승하면 웰컴 푸드건강 과일칩과 ABC건강주스를 받는다.

대한항공 일등석의 웰컴푸드는 원래 마카다미아였는데, 몇 년 전부터 과일칩과 ABC건강주스로 바뀌었다. 이 부분은 개편하지 않고 유지했다. 개인적으로 웰컴푸드로는 과일칩이 훨씬 좋다. 미국인과 동남아인들은 견과류 알레르기가 은근히 많은데, 항공사 입장에서도 훨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과일칩은 먹고 나서도 입이 텁텁하지 않아 좋다. 또 제대로 된 건강한 식사와 간식을 찾기 은근히 힘든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웰컴푸드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오르면 첫 번째 기내식이 나온다. 나는 당연히 기대했던 한식을 선택했다. 메뉴로는 '신선로'. 대한항공이 퍼스트 클래스 기내식 업그레이드를 선포하면서, 모든 언론 앞에서 그 첫 번째 요리로 당당하게 내세웠던 바로 그 음식이다.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면 아뮤즈부쉬가 먼저 나온다.

코스 요리 시작 전 입맛을 돋우는 한입거리 음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캐비어. 이제 한식을 선택해도 이제 캐비어를 준다. 캐비어와 함께 새우완두콩무스타르트, 게살레몬바이트, 전복계란찜. 아래 위치한 새우완두콩무스타르트부터 시계방향으로 먹는 것을 추천해 준다. 입맛이 싹 돋아지고 상큼해진다.



이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된다.



전채요리한방소고기수육을 선택했다.(인터넷으로 사전 기내식을 미리 선택하면 전채요리부터 메인요리까지 각각 선택해 나만의 코스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적당히 따뜻한 국물에 기름기가 싹 빠진 소고기 수육이다. 이 날 유독 일교차가 커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따뜻한 음식을 먹으니 컨디션이 한 껏 나아졌다. 무엇보다 고기요리임에도 상당히 담백해서 좋았다.



수프요리. 한식은 죽을 변형한 수프요리가 나온다. 내가 선택한 것은 기장죽과 동치미.

기장죽과 달달한 동치미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다. 검은콩두유맛이다. 개인적으로 두유와 콩요리를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다. 기존 한식정찬에도 있는 메뉴였는데, 조금 더 깔끔하게 다듬어진 듯한 한 맛이었다.



이제 대망의 메인 요리. 한국 전통의 궁중요리 "신선로".

이 것 때문에 이 날 일등석을 탑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항공의 일등석 한식 메뉴는 보통 2~3개월 주기로 변경되는데, 신선로는 올해 5월까지만 제공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6월부터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메뉴다.


신선로는 한국 고유의 궁중요리로서 한국식 전골요리라 보면 된다. 전골그릇 하단에 불을 계속 집혀서 따뜻하게 먹는 요리인데, 이 것을 기내에서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했다. 불을 집히기에는 안전상 위험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뜨거운 사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그런데 이 따뜻함이 식사를 다 할 동안 유지된다.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맑은 육수에 완자, 전, 야채, 버섯, 은행 등 다양한 재료가 풍성하게 담겨있는데, 정말 맛있다. 지금까지 먹어 본 대한항공의 모든 한식 메뉴 중 최고였다. 단,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기내에서 자극적인 음식 먹는 것을 지양해 너무 만족스러웠다. 왜 대한항공이 리뉴얼 이후 첫 퍼스트 클래스 한식 식메뉴로 "신선로"를 내세웠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맛이었다.


이 날 특별한 반찬이 있었는데 바로 '김치'.

그동안 대한항공은 김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개편 후 프리미엄 클래스에는 '김치'가 나오는데, 대한항공이 개발한 레시피로 담근 김치다. 외국인들. 그리고 요새는 김치를 안 먹는 한국인들도 꽤나 있는데, 김치 냄새를 싫어하는 승객들을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김치 냄새가 안 난다. 하지만 입안에 넣는 순간 김치 특유의 풍미가 감돈다. 배추도 상당히 신선해 수분기가 상당하고, 무엇보다 깔끔한 맛이다. 텁텁한 맛이 전혀 안 남는다. 어떤 메뉴와도 조화가 잘 되고, 뒤에 나오는 음식들에도 전혀 영향을 안 준다. 만약 조선호텔이나 워커힐처럼 이 김치를 시중에 판매한다면, 나는 대한항공 김치를 사 먹을 것 같다.



다음은 치즈 플레이트. 3가지 치즈와 비스킷, 포도 등이 함께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치즈 플레이트는 평범했다. 예전 에어프랑스에서 맛본 치즈플레이트가 워낙 강력해서, 그 이후로는 어떤 치즈플레이트도 사실 그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디저트. 따뜻한 애플파이 위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예쁘게 올려 나온다.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한항공의 디저트는 밈이 될 정도로 악평이 많았다. 바 형태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상자째 그냥 준다던지, 아이스크림 위에 어울리지도 않는 민트잎을 올린다던지. 프레스티지석인데 디저트를 하나만 선택하라든지. 그런데 이 정도면 환골탈태다. 맛도 굉장했다.



마지막 마무리로는 차와 커피. 나는 오미자차를 부탁드렸다.

오미자차를 없애지 않고 유지해 줘서 너무 고맙다. 탄산음료, 커피와 다르게 대한항공 오미자차는 텁텁함도 안 남고 입안을 상쾌하게 해 준다. 칼로리도 낮다. 시원하게 나오는데, 급하게 후루룹 마시지 않도록 작은 하트 토핑도 동동 띄워주신다. 이 밖에도 따뜻한 홍삼차도 괜찮다. 대한항공의 커피는 스타벅스 원두라서, 평소에 스타벅스를 좋아하신다면 아이스아메리카노부터 각종 라떼까지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첫 번째 기내식이 마무리되면 무려 프레떼의 침구류를 깔아주신다. 프레떼는 시그니엘 등 초고급을 지향하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침구류인데, 굉장히 편안했다. 비행기에서 이토록 숙면을 취할 수 있다니 놀라울 울 뿐이었다.



유튜브로도 기록을 남겨놓아 봤습니다. 같은 내용을 영상으로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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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9GC34GwC244?si=YRvPMpAtyJFH0i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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