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분수쇼

[여행지 노트] 미국 라스베가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두바이 분수쇼

by wwestin

"분수쇼". 분수쇼 디자이너를 꿈꿀 만큼 분수쇼에 관심이 많았다. 첨단 기술로 빚어낸 분수 줄기의 형상들이 나에게는 종합예술 같았고, 분수쇼 하나의 관광객 유치효과가 웬만한 관광지 4~5곳을 합친 것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예술품 같았다.


자연스레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세계 3대 분수쇼를 모두 보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여러 도시들이 특색 있는 분수쇼를 선보이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야기가 달랐다.


세계 3대 분수쇼

1. 미국 라스베가스 -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2. 스페인 바르셀로나 - 몬주익 마법의 분수쇼

3. 두바이 - 두바이 분수쇼



1. 미국 라스베가스 -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가장 먼저 만난 분수쇼. 대학생 때였다. 처음 이 분수쇼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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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전 세계 음악 분수쇼 중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라스베이거스 관광 홍보영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아티스트들은 이 분수쇼와 함께 공연을 한 번쯤 꼭 펼친다.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는 엄연히 말하면 도시의 공공재가 아니다. 한 호텔의 어트랙션일 뿐이다. 라스베가스에는 수많은 호텔들이 있다. 이 호텔들은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했고, 차별화를 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와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호텔 안에서 타는 곤돌라, 호텔 꼭대기에서 라스베가스 땅바닥을 바라보며 대롱대롱 매달리는 어트랙션, 호텔 곳곳을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등. 거대한 테마파크가 따로 없다.


벨라지오 분수쇼 역시 그런 개념으로 시작했다. 소소한 시작과는 달리, 이제는 라스베가스에 방문하면 다른 어트랙션은 몰라도 이 분수쇼만큼은 꼭 봐야 하는 압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2025년, 냉정하게 보자면 벨라지오의 음악 분수쇼는 사실 밋밋하다. 단조롭기까지 하다. 오색찬란한 조명도 없고, 더 이상 세계 최고 높이의 물줄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나는 그래서 벨라지오 분수쇼를 전 세계 분수쇼 중 가장 좋아한다. 비움의 미학을 보여준달까. 또 시대가 변함에도 꿋꿋하게 본질에 충실하달까. 조명부터 심플하다. 낮에는 조명 없이, 밤에는 연 노란빛 조명 하나. 조명은 이게 전부다. 물줄기 역시 화려한 기교가 없다. 물줄기의 직선과 곡선을 최대한 살린 움직임만 있다. 덕분에 그 어떤 분수쇼보다 무대장악력이 뛰어나다. 분수쇼가 시작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여러 요소에 뺏기지 않고, 단숨에 물줄기를 향해 묶어버린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눈동자가 물줄기의 흐름 하나하나를 따라 움직인다. 내가 분수쇼 디자이너라면, 이러한 순간을 제일 좋아하지 않을까? 물줄기에 따라 움직이는 관객들의 눈동자를 보며 참 뿌듯할 것 같다. 최근 라스베가스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최고의 분수쇼였다.



2. 스페인 바르셀로나 - 몬주익 마법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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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유럽이다!"를 보여준다. 클래식한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뿜어 나온다. 분수줄기는 화려하지 않다. 높이도 높지 않다. 이 정도 분수대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조명이 압권이다. 핑크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조명을 활용한다. 화려하기 끝없는 중세 유럽의 인테리어를 보는듯한 느낌.


몬주익 분수를 제대로 즐기는 법은 따로 있다. 분수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 무려 6개 이상의 도로가 겹치는 회전 교차로인 '스페인 광장'에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몬주익 분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면서 관람하는 것이다. 스페인 광장에서 몬주익 분수까지는 일직선으로 이어져있는데, 평지가 아니라 경사로다. 몬주익 분수 방향으로 갈수록 경사가 생겨 계단을 올라야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화려한 조명의 분수대가 점점 드러난다. 그 위용이 분수대 바로 앞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아쉽게도 몬주익 분수는 365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꼭 스케줄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



3. 두바이 - 두바이 분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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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타이틀을 죄다 가지고 있다. 물줄기가 무려 150m까지 치솟고, 컬러 프로젝터만 50대, 조명 개수만 6,600개로 알려져 있다. 무대인 호수 역시 상당하다. 너무 넓어서 배가 다닌다. 배에 타면 분수쇼를 보다 가까이 볼 수 있다.


트렌디한 두바이 답게, 선정되는 음악도 독특하다. 장르를 안 가린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팝의 클래식 'Time to say Goodbye'부터, BTS, 엑소, 에스파, 슈퍼주니어 등의 노래도 세트 리스트로 구성된다. 지금 가장 핫한 노래라면 나라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벨라지오 분수쇼와 몬주익 마법의 분수쇼에는 절제의 미학이 있다면, 두바이 분수쇼는 "화려하다"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두바이에서 환승한다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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