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 스타우드를 인수한 지 10년

호텔의 브랜드 확장 방법

by wwestin

10년 전 메리어트 브랜드 : JW메리어트, 메리어트, 코트야드, 페어필드 등

10년 전 스타우드 브랜드 : 세인트레지스, 웨스틴, 쉐라톤, W호텔 등



메리어트(Marriott International)가 스타우드(Starwood Hotels & Resorts)를 인수한 지 곧 10년이 된다. 나는 열렬한 스타우드의 팬이었기에, 현재 자연스럽게 메리어트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출장/여행을 갈 때 호텔 선택을 앞두고 고민이 많이 된다. 세인트레지스, 웨스틴, 쉐라톤 등 스타우드에 뿌리를 둔 브랜드들에게서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나는 이 원인을 메리어트와 스타우드의 "서로 달랐던 브랜드 확장 방법"에서 찾는다.



먼저, 호텔 산업의 독특한 소유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1. 호텔산업의 특징. '실제 소유주'와 '간판 주인'이 다르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아코르, IHG, 힐튼 등은 무엇으로 먹고살까? 호텔 지점(프로퍼티)이 아니라 호텔 체인 본사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바로 브랜드 장사로 먹고 산다.


호텔 산업은 브랜드 산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의외로 호텔그룹 본사가 직접 건물을 소유한 프로퍼티(호텔 지점)는 거의 없다. 대부분 건물 소유주는 따로 있다. 그리고 건물 소유주와 글로벌 호텔 체인이 운영 계약을 맺는다. 건물은 여전히 건물 소유주의 것. 호텔 체인은 운영 노하우와 호텔 이름에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맥도날드, KFC, 투썸플레이스, BBQ 치킨과 같은 프랜차이즈 구조와 비슷하다.


한국에도 메리어트 호텔들이 많지만 소유주는 모두 다르다. 같은 JW메리어트지만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 서울은 신세계그룹이 소유주며, 동대문에 있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동승그룹 소유주이다. 즉, 같은 브랜드지만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2. 수십 년의 호텔 운영 노하우가 담긴 '브랜드 운영 매뉴얼'.

그렇다면 이들이 "신세계호텔", "동승호텔"이 아니라 굳이 "JW메리어트"라는 브랜드를 단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유명한 브랜드의 힘을 빌릴 수 있고, 막대한 멤버십 회원들을 유치할 수 있고, 예약 시스템도 공유할 수 있고. 하지만 무엇보다 수십 년의 글로벌 호텔 운영 노하우가 담긴 운영 매뉴얼 때문이다. 바로 이 각종 매뉴얼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교 1등의 노트와 같달까? 호텔 운영 노하우를 단숨에 익힐 수 있고, 호텔 운영 역시 초기부터 빠르게 안정화가 가능하다. 단, 매뉴얼을 잘 숙지할 경우에.



글로벌 호텔 체인과 계약을 체결하면, 이 매뉴얼들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은 브랜드마다 운영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이 운영 매뉴얼이 얼마나 디테일하냐면, 큰 종류로만 '설계 매뉴얼', '운영 매뉴얼', '브랜드 정체성 매뉴얼' 등으로 나뉜다.


설계 매뉴얼 : 로비를 어떤 구조로 건설하고, 라운지를 몇 개 지어야 하며, 공공구역과 개별구역으로의 동선은 어떻게 분리하고, 객실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구조물은 무엇이고, 화장실은 어떤 동선으로 설계하는 등. 건물 내부를 호텔답게 설계하는 내용이 디테일하게 담겨있다.


운영 매뉴얼 : 고객에게 인사할 때 고객 몇 보 앞에서 어떤 멘트로 해야 하며, 뷔페에 준비되어야 하는 우유 종류는 몇 종류, 클럽라운지에 마련되어야 하는 설탕 종류는 몇 종류, 몇 시간마다 호텔 깃발의 높이를 어느 정도로 조절하는 등. 심지어 이런 내용들 까지. 체크인할 때 고객에게 객실번호는 어떠한 방식으로 알려줘야 하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어느 식기류를 어떤 타이밍에 제공해야 하는 등. 글로벌 호텔 운영 노하우의 총집합체이다.


브랜드 정체성 매뉴얼 : 호텔 그룹은 보통 여러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 브랜드들의 특성을 각각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메리어트에는 '부띠크 럭셔리 호텔'로 에디션(Edition)과 W호텔(W Hotels)이 있다. 모두 기존 호텔 스타일과 다른 힙하고 개성 강한 호텔들이다. 이 두 브랜드가 서로 중첩되지 않고,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정리한 매뉴얼이다. 에디션은 '절제'와 '세련', '따뜻함'을 강조하고, W호텔은 '화려', '개성', '과감함'을 강조하는데 이를 표현하는 방법들이 정리되어 있다. 판촉물에 따라 각각 무슨 브랜드 컬러를 사용해야 하며, 로고 위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고, 고객에게 말을 건넬 때는 어떠한 방식과 어떠한 말투,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언론 보도자료를 쓸 때 써야 하는 단어, 지양해야 하는 표현까지.


이런 매뉴얼들은 호텔 경영이 처음이라면 누구나 탐낼 매뉴얼이다. 실제로 이 매뉴얼을 가지고 수십 년을 운영한 후, 독립 호텔로 거듭나는 호텔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워커힐 호텔이다. 과거 SK는 스타우드와 계약을 맺어 쉐라톤과 W를 운영했다. 하지만 현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현재 SK 자체 브랜드 '그랜드 워커힐'로, W 워커힐은 현재 SK 자체 브랜드 '비스타 워커힐'로 바뀌었다.



자. 이제 본론. 스타우드의 호텔들은 메리어트 인수 후 왜 매력이 급감했을까?


3. 서로 다른 브랜드 확장 방법

나는 서로 달랐던 브랜드 확장 방식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호텔 브랜드 확장은 크게 수평적 확장 방법수직적 확장 방법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글로벌 호텔 그룹의 색깔이 드러난다.


수평적 확장 방법은 비슷한 등급에서 색깔이 다른 브랜드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같은 품질의 딸기인데, 하얀색 딸기, 빨간색 딸기, 초록색 딸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 품질 등급은 같은데, 품종이 다름.


또 다른 방법은 수직적 확장 방법. 색깔은 같은데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같은 빨간색 딸기인데, 고품질, 중품질, 저품질로 나누는 것이다. => 품질 등급은 차이가 나는데, 품종이 같음.


스타우드 출신 브랜드들의 매력이 감소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 호텔 그룹은 두 전략을 비슷한 비율로 병행하는데, 스타우드와 메리어트의 주력 브랜드들은 한 전략에 압도적인 무게를 두고 확장했기 때문이다.


스타우드는 '수평적' 브랜드 확장을 추구하는 호텔 그룹이었다.

반면, 메리어트는 '수직적' 브랜드 확장을 추구한다.


두 그룹의 주력 브랜드들을 살펴보자.


스타우드는 호텔등급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채, 브랜드 개성을 다양하게 변주시키며 확장하고 인수한다. 비즈니스 여행객을 위한 '웨스틴', 가족 여행객을 위한 '쉐라톤', 부띠크 호텔의 시초 'W호텔' 등으로 확장했다.


반면 메리어트는 브랜드 개성을 비슷하게 유지한 채, 서비스와 시설 정도의 등급을 나눠 확장하고 인수한다.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럭셔리 등급 'JW메리어트', 프리미엄 등급 '메리어트', 필요한 것만 제공하는 '코트야드', 가성비를 추구하는 등급 '페어필드'로 수직화 시켰다.


이는 위에서 말한 운영 매뉴얼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타우드의 경우, 브랜드 간 정체성이 너무 달라 각각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즉,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어떻게 브랜드 색깔을 담아낼지를 더 많이 고민한다. 인사말을 규정할 때도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이라고 할지, "웰컴백입니다. 미스터김"이라 할지. 브랜드 개성을 표현하는데 조금 더 힘을 쓴다.


반면 메리어트의 경우,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해 등급을 나누는데 더 고민한다.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JW메리어트 운영 매뉴얼이 있고, 여기에서 서비스와 시설 몇 개를 간소화시키면 메리어트, 더 간소화시키면 코트야드, 화끈하게 간소화시키면 페어필드. 이런 식이다. 예를 들면 뷔페식당에서 우유 5종류를 제공하면 JW메리어트, 4종류를 제공하면 메리어트, 3 종류면 코트야드, 1 종류면 페어필드. 이런 식. 등급별로 가지는 차이점을 규정하는데 더 힘을 쓴다.



등급 위주의 메리어트가 개성 위주의 스타우드를 인수했으니, 개성 강한 스타우드의 브랜드들이 힘을 못 쓰는 것이 당연한셈. 스타우드의 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점이다.


예전에는 같은 프리미엄 등급이더라도 웨스틴, 쉐라톤 등이 모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면, 이제는 웨스틴, 쉐라톤, 심지어 메리어트까지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같은 등급이기 때문이다. 등급 간의 차이는 느낄 수 있지만, 같은 등급 내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워진 상황.


실제로 최근 리노베이션되거나 새롭게 오픈한 웨스틴, 쉐라톤, 메리어트, 르메르디앙, 르네상스를 가보면 상당히 비슷하다. 브랜드 간 정체성이 과거보다 또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웨스틴인데 메리어트 느낌이 나고, 메리어트인데 쉐라톤에서 느낄법한 분위기가 풍긴다. 인테리어, 가구, 라운지, 서비스 방식 모두.


럭셔리급도 마찬가지. 심지어 개성이 강하다는 W호텔을 가도, 벽면만 우드톤으로 바꾸고 로비의 음악만 바꾸면 바로 JW메리어트가 연상된다.


브랜드 확장에서도 차이가 난다. 스타우드 출신의 쉐라톤, 웨스틴보다 전통 메리어트 소속인 메리어트의 확장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며, 알로프트(aloft) 보다 목시(moxy)의 확장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컬렉션은 웬만하면 럭셔리 컬렉션보다 오토그래프 컬렉션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4. 그렇다면 메리어트는 왜 스타우드를 인수했을까? 정답은 멤버십 회원

메리어트는 힘겹게 인수한 스타우드 브랜드들을 키우기보다는 이렇게 힘을 빼고 있다. 이럴 거면서 왜 스타우드를 인수했을까? 메리어트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메리어트는 스타우드의 브랜드(세인트 레지스, 쉐라톤, 웨스틴 등)에 욕심이 났던 것이 아니라, 스타우드의 충성 고객들을 탐냈었다. 스타우드 브랜드 개성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다른 호텔 체인에 비해 유독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회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통 우수회원 최고 등급을 달성하면 대부분 고객은 다른 체인으로 넘어간다. 일명 티어 도장 깨기. 그런데 여기서 유독 예외인 멤버십 회원들이 있는데, 하얏트 충성고객들과 스타우드 충성고객들이다. 이미 우수회원 최고 등급과 평생회원 등급을 달성하고도, 타 체인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 메리어트는 호텔업계에서도 브랜드 충성도로 유명한 스타우드의 고객들을 탐냈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충성도가 높았던 회원들이 하얏트, 힐튼, 아코르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 바로 스타우드 특유의 브랜드 개성과 브랜드마다 독특했던 우수회원 혜택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타 체인과 비교했을 때, 우수회원 인플레이션, 멤버십 회원 혜택 축소, 룸레이트의 지나친 상승, 해마다 크게 폭락하는 포인트의 가치 등도 크게 한몫한다.)


메리어트가 스타우드를 인수한 지 어느덧 10년. 메리어트는 압도적인 프로퍼티 수와 회원 수를 자랑한다. 어느 대륙에 가도 압도적인 커버리지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상 경쟁이 없는 1등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전체적인 고객 수는 늘어났지만, 메리어트가 그토록 탐냈던, 꾸준한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충성도 높은 회원들이 꾸준히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메리어트 본사에서는 머리가 아프겠지만, 호텔 산업을 지켜보는 나에게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흥미롭고 궁금하다. 과연 메리어트가 지금처럼 전체적인 규모를 키우는데만 집중할지, 아니면 충성고객들의 비율을 높이는데 집중할지. 그들의 전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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