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Edinburgh (W 에든버러)
W Edinburgh (W 에든버러) /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호텔 업계에 '혁신 이상의 충격'이었던 브랜드.
에든버러에 위트를 더하는 장소이자, 에든버러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호텔.
W 에든버러는 내 오랜 버킷 리스트였다.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마일리지와 메리어트 포인트를 털어 에든버러로 향했다. W 에든버러는 오픈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이 호텔은 코로나가 마무리될 때쯤인 2023년 개장했는데, 디자인적으로 워낙 호불호가 갈렸다. 그런 만큼 내 호기심이 발동했다. W호텔은 나에게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 커리어에 영향을 미쳤고, 기존 산업에서 편견을 깨고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 줬으며, 내가 스타우드의 팬이 되게 만든 브랜드.
W호텔은 1998년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당시의 5성급 호텔 이미지는 이랬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하고,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각종 서양식 예절을 지켜야 하던 분위기.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실용적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W호텔은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깬 브랜드다. 실질적으로 메리어트의 '에디션 호텔(The EDITION Hotels)', 하얏트의 '안다즈 호텔(ANdAZ)', 미국 '1 호텔(1 Hotel)' 등 여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모태가 바로 이 W호텔이다. 기존 틀을 과감히 깬 라이프스타일 호텔도 충분히 성공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W호텔의 초기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과감했다. 혁신을 너머 충격 그 자체. 직원들은 유니폼이 아닌 청바지를 입었었고,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아니라 W호텔 로고 모양의 W배지만 착용했었다. 손님들에게 격식을 뺀 채 동네 친구처럼 말을 걸고 수다를 떨었으며, 매주 토요일 밤에는 새벽까지 DJ음악이 흘러나왔다. 클럽처럼 모든 손님들이 술과 함께 춤을 즐기고, 시즌마다 세계적 DJ와 협업한 앨범을 발표했었다.
호텔을 지을 때 일관된 인테리어? 그런 것은 없었다. 물론 큰 틀은 있었지만 호텔이 위치한 지역의 전통,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호텔의 메인 컬러, 인테리어, 서비스에 녹였다. 때문에 스타우드 시절 오픈한 W호텔들을 보면 디자인이 모두 제각각이다. 다채롭고 로컬 문화가 많이 반영되어, W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각국의 W 호텔을 방문하러 여행하는 고객들이 상당수. W 뉴욕 타임스퀘어, W 서울 워커힐, W 홍콩, W 방콕, W LA 할리우드. 공통점이라고는 인테리어에 로컬 문화가 많이 반영됐다는 것과 W호텔 특유의 원형 베드뿐인 수준이다. 메인 컬러도 W 서울 워커힐은 한강에서 모티브를 얻은 하늘색, W 방콕은 태국에서 행운을 의미하는 보라색, W 홍콩은 중화권의 금색과 빨간색 등.
시설 디자인 역시 발리 계단식 논밭을 형상화한 W 발리의 WET(수영장). W 호텔은 항상 해당 지역의 전통과 힙함을 잔뜩 모아놓은 격이었다. 또한 객실에는 그 도시의 상징을 위트 있게 풀어놓은 쿠션이 있었다. 만두, 글러브, 나뭇잎 등등. 이 도시에 있는 W호텔 객실에는 어떤 모양의 쿠션이 객실에 놓여 있을까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메리어트로 인수되고 이 같은 특징들은 거의 사라졌다. 현재는 블랙 정장에 가까운 유니폼을 입고, 직원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있고, 로컬 문화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아닌 화려한 색채의 일관되고 동일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다. 도시마다 다른 모양의 쿠션 역시, 색깔만 다르고 모두 똑같은 직사각형 쿠션으로 통일 됐다.
아무튼, 이런 행보 때문에 W호텔은 2010년대까지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 호텔이다.
W호텔은 아시아로 브랜드를 확장할 때 다소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보통 아시아 첫 진출지는 도쿄,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중 한 곳으로 정하는 것이 호텔 업계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W호텔은 첫 아시아 진출지로 무려 한국 서울을 꼽았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 아마도 파트너인 SK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지금은 비스타 워커힐로 바뀐 'W 서울 워커힐 (W Seoul Walkerhill)'은 '아시아 최초'의 W호텔, '아시아 유일'의 W호텔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W호텔의 오픈은 한국인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국인들에게도 충격이었으니, 한국인들에게는 오죽했을까? 호텔은 '클래식하고 서양식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혼란과 문화충격을 선사했다.
덕분에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 높은 벽이었던 '호텔'이 한층 대중화되었다. 호텔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어려졌고, 토요일 밤마다 열리는 DJ파티로 인해 음지에 있던 클럽문화를 수면 위로 건전하게 끌어올렸다. 지금은 흔해진 호텔 풀파티의 원조도 바로 W 서울 워커힐.
기존에는 호텔을 이용하는 목적이 단순했다. 숙박을 하거나, 고급스러운 식사를 하거나, 멤버십으로 피트니스 센터를 갈 때만 이용하는 것이 호텔이었다. 하지만 W 서울 워커힐의 등장으로 호텔을 '칵테일 한 잔 하러', '스파를 하러',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러', '호캉스를 하러' 방문하는 곳으로 인식을 변화시켰다. 한마디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킨 셈.
W 에든버러는 디자인이 공개된 순간부터 에든버러 시민들에게 많은 핍박을 받았다. 일명 똥 모양 같다는 것. 에든버러의 스카이 라인을 망치고, 도시 한 복판에 똥 모양의 건물이 있다는 것이 불쾌하다는 것. 조감도를 보면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고풍스러운 매력이 일품인 에든버러에 저런 건물이 대체 왜 들어와야 하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오픈하고 나서는 에든버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딱딱한 스카이라인에 위트를 한 스푼 얻은 느낌.
W 에든버러의 모티브는 똥이 아니라 '리본'이다.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가진 에든버러 땅에서 솟은 리본 빌딩이 컨셉이다. 실제로 W 에든버러 입구에 땅에서 솟은 리본의 시작 부분이 있다. 모양은 독특하지만 색감은 다른 고딕 건물들과 비슷한 고동색. 실제로 보면 색감이 상당히 고급스럽고 독특하다. 상당히 세련되었다.
W 에든버러의 규모는 상당한 편이다. 그에 비해 객실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일반 객실이 199개, 스위트 객실은 45개. 총객실이 244개 객실이다. 롯데호텔 월드가 482실, 신라호텔 서울이 464실, 웨스틴 조선 서울이 462개 객실이니, 객실수만 보자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건물 구조상 객실들이 수직으로 올라가기보다, 수평으로 뻗어 있어 규모는 상당하다. 때문에 실제 내부 동선도 굉장히 복잡한 편이다. 내가 가본 호텔 중 복잡한 동선으로 손가락 안에 든다. 동선을 굳이 왜 이렇게 뺏을까 하는 부분도 상당했고, 쓸데없이 버리는 공공 구역도 상당했다.
객실은... 안타깝지만.. 다소 실망했다. 기존 W호텔과 많이 달랐다. 색감이 화려하고, 공공 구역의 조명 색깔도 화사하고. 그러나 로컬에서 영감을 얻은 인테리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프로퍼티마다 로컬 문화를 반영한 독특한 모양의 쿠션도 이제 더이상 없다.
이게 바로 메리어트의 한계가 아닌가 라는 생각... 이런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일관되게 관리하기는 편하지만, W 브랜드의 매력은 절대 표현할 수 없다. 나 역시 스타우드 시절 오픈한 W호텔은 여전히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하나, 메리어트 인수 후 오픈한 W호텔은 선택지에서 항상 후순위다.
W호텔의 주 고객층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로컬 문화 체험을 선호하고, 오감체험을 통해 영감을 얻기를 좋아한다. 이 점을 생각하면 이 호텔의 객실 인테리어는 실패에 가깝다. 만약 W호텔 팬을 만족시키는 것은 신경 안 쓰고, 메리어트 소속의 수많은 호텔 중 하나로만 남기를 원한다면 성공적이다.
W 에든버러의 룸레이트는 상당히 높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객실 투숙 자체는 솔직히 쉽게 추천하기가 어렵다. W 호텔에는 'Whatever Whenever'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있다. 굉장히 신속하고 친절하다. 호텔의 동선이 복잡해서인지, 아니면 아직 안정화가 안된 건지, 서비스 요청을 하면 모든 서비스가 W 호텔 답지 않은 느린 속도를 보여준다.
부대시설 수준이 상당하다. 특히 피트니스의 경우 기구가 많지는 않지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기구 사이사이의 간격이 넓어 운동하기에도 쾌적한 편. AWAY SPA 역시 훌륭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영장이 없다는 것. 에든버러의 날씨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여름은 선선하고 봄, 가을, 겨울 모두 추운 편이라 수영장이 있어도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과 바는 총 3곳이 있다. 일식과 브라질 요리를 퓨전 시킨 '스시삼바', 칵테일과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자코 플레이스', 그리고 대망의 W라운지.
W 에든버러의 투숙 추천은 고민되지만, W 라운지는 거침없이 추천할 수 있다. 에든버러 어디에서도 이 전망을 못 보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전망대에서는 보통 칼튼힐 전망만 보이거나, 올드타운 전망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파노라마 창 너머로 칼튼힐부터 올드타운 까지. 조앤 K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그 유명한 발모럴 호텔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가격도 5성급 호텔을 감안하면 상당히 착한 편. 날이 좋을 때는 외부에 있는 W DECK까지 오픈한다. 이곳에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데 팁을 주자면, W 라운지 외부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그 계단에서 사진을 찍으면 웅장한 에든버러를 배경으로 입체감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럭셔리 부티끄 호텔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식한 호텔을 운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럭셔리 부티끄 호텔이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 불리는 만큼 호텔 특유의 높은 장벽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잃지는 않아야 한다. 자칫하면 싼마이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값 못하는 어설픈 5성급 호텔이 될 수 있다는 말. 이 중간을 잘 찾아내야 한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 특성을 감안할 때, 로컬 문화도 호텔 곳곳에 충분히 녹여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로컬색을 담게 되면 '부티끄 호텔'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린다. 이 역시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해야 한다. 참. 머리가 아픈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우드 시절 W 호텔의 확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고려해야 할 점이 상당수 이기 때문. 하지만 메리어트로 인수되면서 '컨셉에 로컬 문화 반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덕분에 확장 속도는 빨라진 셈. 하지만, W 호텔은 마니아층이 굳건한 만큼, 이 같은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베개 : 낮은 베개 & 높은 베개 1세트
*매트리스 : 소프트
*덮는 이불 : 무게감 있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