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가공식품시장을 개척하는 제주세요 이야기.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정말 원하는 게 뭘까? 처음엔 깻잎농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을 하였다. 깻잎 제품들을 연구개발하고 만들어냈지만 혼자만의 만족인 걸 알았다.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수익이 중요한 부분이었고 타협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모른다.'라는 스티븐잡스의 말과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힘을 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그 말의 뜻을 잘못이해하고 있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주고 따라와 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더 치열했다. 트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건 인지도, 돈 그리고 행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고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혼자 생각하고 만들고 싶은 제품을 기획하기보다는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타깃을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고 필요한 부분을 철저히 계산해서 채워줄 수 있어야지 비로소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업 매출의 한계가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시작점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 싶은 게 뭘까?
문제의 답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깻잎을 프라이팬에 볶아보고 전자레인지에도 돌려보면서 장난처럼 시작된 깻잎가공 시작의 첫 목표는 소비기한을 늘리는 것이었다. 깻잎은 수확한 지 3~7일이 지나면 시들어버려서 쉽게 버려지는 작물이다. 그래서 생산이 특히 많은 여름에는 깻잎의 가치가 하락해서 깻잎농가는 항상 불균형한 수입에 대부분 투잡이상을 하고 있다.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시키고 싶었다.
깻잎을 건조하고 가공하여 깻잎차, 깻잎사이다, 깻잎소금등 다양한 깻잎 제품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작은 스타트업에서 퀄리티가 높은 깻잎제품을 만들어내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주변의 대학교 연구기관과 공공기관들의 도움을 받아서 연구하고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해서 자금을 받아서 제품을 만들면서 근근이 사업을 이어나갔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경험이 쌓이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바랬었던 것 같다.
스스로의 기회를 만들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하고 있는 일들의 전체적인 흐름을 뒤돌아 봤다.
"부족하고 필요한 건?"
제품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하는 안정된 기업과 비교해서 인력, 시설, 자금, 인지도 등등 갖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았다. 성장계획을 열심히 짜봤지만 그냥 다 억지스러웠고 실현될 것 같지 않았다.
"빵 만드는 데 사용해보려고 하는데 깻잎 가루를 좀 얻을 수 있을까?" 알고 지내던 제과점 사장님께서 갑자기 연락이 오셨다. 이번에 깻잎빵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분말을 찾고 있는데 어려워서 부탁을 한다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깻잎 가루를 만들어서 건네줬고 며칠뒤 깻잎 빵을 맛볼 수 있었다. 직접 개발한 천연효모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자랑하셨다. 맛있었다....
내가 아무리 연구하고 개발해도 만들 수 없는 맛이었다.
현실에 가려졌었던 나의 꿈
"깻잎의 세계화!"
창업을 하기 전 만들었던 사업계획서의 첫 타이틀이었다. 깻잎은 들깨 잎사귀로서 우리나라에서 식자재로 사용된 시점은 명확하게 기록되어있지 않지만 깻잎의 독특한 향과 맛은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고유 작물이다. 하지만 흔한 쌈채소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깻잎을 일본에서 연구하고 자국 식약처에 등록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애국심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고 내가 연구해서 깻잎을 Korean-Herb로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만들어져야 했으며,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야 했다. 그리고 노력했다... 하지만 진행은 너무나도 더디었고 불만이 많아졌다. '자본이 있었다면 인력을 더 고용해서 이것도 할 수 있었고 저것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좀 더 좋은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유통이나 판매도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내 핑계는 항상 자본부족이었다.
"왜 난 내가 꼭 개발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우연히 맛보게 된 깻잎빵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정말 원하는 것이 깻잎제품들이 개발되고 홍보되는 걸 원한다면 내가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왔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깻잎제품들이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더 나은 제품들이 나오고 여기저기 빠르게 홍보될 수 있다! 갑자기 막혔던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현재 약 2조 원의 일본녹차 시장을 분석해 봤다. 1940년대를 기점으로 급성장했는데 그 시기에 가장 큰 이슈는 녹차의 과잉생산으로 녹차가루가 저렴한 가격에 보급화 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녹차가루를 요리에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녹차디저트, 녹차음료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녹차식품들이 가정에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녹차 제품들을 대량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녹차가 하나의 식재료로 생활에 녹아드는 현상이 만들어졌다.
ㅣ이 글은 제주도에서 깻잎으로 깻잎차, 깻잎소금, 깻잎초콜릿등 다양한 깻잎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제주세요의 깻잎 가공식품 개발 성장 이야기입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