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라고 쓰고 '감사하다'라고 읽기
내 작은 몸을 움직여 할 수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나는 세탁기를 1주일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한 번만 돌린다. 혼자 살아서
빨랫감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느라 매일 갈아입느라
옷이 조금 쌓이는 경우가 있어도 한
뭉치도 되지 않는 옷을 돌리기엔
소비되는 물과 전력등이 아깝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1주일에
한 번 돌리는 세탁도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하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빨래를 분류별로 모아 빨래망에
담아 세탁기를 돌린 후, 다시 꺼내다가
건조기에 넣고, 다시 꺼내어 옷을
개어서 옷장과 서랍장 등에 분류별로
넣는 일도 귀찮다.... 무엇보다 1주일에
한 번이다 보니 그 양이 내 기준에선
좀 많다... 그래서 빨래를 개어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나름 꽤 걸린다.
그런데 내가 건조기를 몇 달 전에
사기 전까지는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좁은 집에 건조대를 펴고 다시
빨래를 너는 일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세상 귀찮은 일이었는데,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건조기에도 금세 적응이
되다 보니 이후 진행되는 일이 귀찮게
느껴진다. 사실 건조기를 쓰게 되면,
매번 먼지거름망을 꺼내어 먼지를 털고,
다시 그 거름망을 물에 씻고, 건조를 해서
다시 제자리에 꼽아야 하는...
또 나는 건조기가 거실에 있다 보니
물통을 또 꺼내다 화장실에다가 물을
비우는 일까지 해야 한다... 귀... 찮아....
아무튼 세탁부터 청소까지 집안일을
하고 나서, 소파에 누워 든 생각이
돈만 많으면 꼭 사람을 써서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누워있보니 바로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너는 그 시간에 뭐 할 건데?!'라는
생각 말이다, 내가 대단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직장을
다니면서 돈이 많다고 사람을 쓰면
과연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책을 한 장 더 읽고, 영화 한 편을
더 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시간이
내게 큰 의미가 있을까?! 란 생각이
말이다... 아마 나는 지금 상태라면
집안일 대신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을 거 같았다.
그럼 오히려 내 몸에 더 안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어릴 땐
그렇게 귀찮지 않았던 게 점점 더
귀찮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치우고, 청소하고 깔끔하게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비단 이런
집안일들이 나만의 고민이고 고충은
아닐 거 같긴 한데, 사람이 편한 것만
찾게 되면 한도 끝도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이 그 어느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미 많은 곳에서
사람을 대신해서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일들을 이렇게 로봇이나 가전제품이
대신하게 되면 결국 사람은 잉여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일이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시간만 되면 누워있는 사람이라면
평소보다 운동량도 감소되어 근손실도
일어날 수도 있을 거 같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급변하는 사회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쉽고 편한 것만 찾을 게 아니라,
몸도 좀 쓰고, 차도 좀 적게 타면서
전기도 덜 쓰면서 조금 불편하게 사는 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