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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Jan 12. 2024

너 때문에... 괴롭지만 행복해

입양한 강아지가 크지 않지만 다리가 불편한

내가 순간순간 급발진하는 강아지를

당해내는 게 쉽지가 않다, 최대한

나의 걸음 속도에 맞춰서 산책을 하려고

하는데 늘 강아지는 내 걸음보다 10걸음,

아니 20걸음쯤은 먼저 가려고 해서 말이다.

좌측은 새벽 출근전 산책, 우측은 주말에 한강 산책
주말 저녁 한강 산책, 사람이 없어서 좋네~
좌측 마킹하는 토리, 얼마전 친한 친구들에게도 토리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렇다고 긴 줄을 늘어트려 서울의

복잡한 골목길을, 산책로를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요즘은 힘에 부치는 느낌

이다.


입양을 한지 한 달이 넘어가고, 강아지도

이제 완전히 적응이 되어 본색을 들어

내는 건지 산책 중에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좀 짖더니 이젠 아예 크든, 작은 개든

만나기만 하면 짖음과 동시에 달려가려고

하는 힘이 너무 세져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더욱이 이젠 모든 사람은 아닌데,

가끔 사람을 보고도 짖어서 문제이다.

목청은 어찌나 좋은지 한 번 짖기

시작하면 귀청이 떨어질 듯이 짖고 사람일 땐

한 두 번 짖고 말지만,  강아지를 만나는

경우는 정말 앞발을 들고  그 강아지가

안 보일 때까지 끝까지 난리를 치면서 짖는다.


어젠 정말 어찌나 짖고 난리를 치던지

산책 후에 집에 와 소파에 앉았는데,

온몸이 욱신욱신 쑤실 정도로 아파왔다.

아마도 내가 다리에 힘이 없다 보니, 다른

강아지한테로 달려가는 토리를 막으려고

온몸의 힘을  쓰다 보니 근육통이 온 거 같다.


최대한 산책 중에는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를

못 보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가끔은

마음도 모르고 인사시킨다고 먼저

다가오는 견주님들 때문에 환장(?)할 노릇이다.

다가오기 전에 내가 미리 '짖어요'라고 하면,

'짖긴 뭐~'라고 하시면서 다가오시다가도

토리가 짖는 걸 보면 뒤도 안 돌아보시고

돌아간다... 그럼 또 토리는 그 강아지를 따라

가려고 난리를 치고...;;


왜 이럴까...

확실히 처음과는 다른 모습이다, 처음에도

산책을 나왔을 때 혼자서 뒷발질로 땅을 파며

좀 짖긴 했지만 그 행동을 못하게 하면 바로

짖는 것도 멈추었고, 다른 강아지를 봤을

인사를 정도여서 지나가는 견주분들이랑

간단히 얘기도 나눠서 좋았는데, 지금은 산책길에

다른 견주들을 만나면 완전 민폐가 되어 버린다.


가끔 어두운 이른 아침인데도 동네 골목에서

가끔 나처럼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짖어서 혹시 너무 이른 시간에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까 봐도 걱정인데,

새벽엔 토리도 잠이 덜 깼는지 한 두 번

목줄로 조절을 하면 컨트롤이 되는데,

이게 퇴근 후에 산책 때는 집에 혼자서 오래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아픈 견주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빠른 걸음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다른 강아지만 보면 짖고 마킹은

왜 이렇게 자주 하는 건지 총체적 난국이다.  


그러다 집에 오면 축 쳐져서 아까 산책길에

에너지 넘치던 토리가 맞는지 이제 두 눈이

의심이 될 정도이다.

정말 집에 오면 바로 자리를 잡고 누워

꾸벅꾸벅 졸고 내가 갖고 흔드는 장난감엔

1도 관심이 없고, 관심이라면 오직 먹는 거다.

그 거 먹는 거 아니면 관심이 없어요..

며칠 전엔 내가 퇴근하고 바로 토리 산책을

하니, 나도 산책 후엔 간단히 저녁을

때우려고 크로와상을 꾸벅꾸벅 조는 토리

뒤에서 조심조심 먹고 있는데 이내 달려와서는

코를 킁킁 거리며 입으로 코를 바싹 갖다 된다.

너 정말 개코 맞구나...

하지만 어떡하니... 이 맛있는 크로와상은

너를 줄 수가 없단다....

그리고 넌 이미 밥도 먹고, 산책도 다녀

오고 발도 닦고, 간식도 먹었잖니....


산책은 이렇게 견주의 의무와 책임감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나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픈 무릎에 파스까지 붙여가면서 의무를

다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견주의 상황을

전혀 고려(?) 하지 않는 강아지를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처럼 매일매일

하루 두 번씩 산책시키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매일 이른 아침에 자는 강아지를 깨워서

밥을 주고 옷을 입혀 산책을 나오는 편인데,

오늘은 강아지가 내가 일어나기 도전에

먼저 일어나서 거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크게 아파 보이진 않아서

밥을 주고, 옷을 입힌 뒤에 나도 나가기 전에

스트레칭을 좀 하려고 매트에 있는데 강아지가

문 앞에 벌써 나가서 문을 막 긁고 있었다.


원래 평소대로라면 힘들게 옷을 입히고,

왔다 갔다 하는 강아지를 거의 쫒듯이

문 앞으로 손짓을 하면서 '나가, 나가'를

몇 번을 반복해야지만 나갔는데 오늘은

이제껏 다른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 보니 자면서도 예전에 비해 많이 뒤척였

던 거 같고, 그래서 내가 몇 번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때 배에서 약간 부글부글(?)

하는 소리가 들렸던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문 앞에서 종종 되는 강아지를

보고 나는 얼른 일어나 목줄을 챙겨

강아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강아지는 평소대로 마킹만 열심히 하며,

땅에 코를 박고 산책만 할 뿐 평소와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촉박한 출근 시간을 쪼개어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동네 어귀를 돌고 있는데,

그제야 강아지가 자세를 취하더니 설사 같은

변을 보는 것이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전조증상들이 괜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에 산책을 좀 더 하며

든 생각이 이렇게 급한 거였으면 집 어디에

변을 봐도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왜 이제껏

참았니?!라고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어디가 아파도, 급해도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으니 몸으로 보이는 행동들에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 그걸 내가

얼마나 잘, 빨리 캐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살살 발을 닦아주고 나서

평소에 산책 후에 주었던 간식의 반 정도를

주니 너무 조금이라서 그런지 헐레벌떡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니 좀 안심이 되긴

했는데 또 혼자 두고 나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또 시계와

토리를 번갈아 보면서 강아지 배를 만져주니

편한 모습으로 누워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놓였다.


이런 상황에 토리가 사람이라면 회사에

양해라고 구해서 오전반차라도 써서

병원에라도 한 번 가보면 좋겠지만,

이게 또 강아지가 아프다고 하자니

변명이 궁색해 보일 거 같아서 꾸벅꾸벅

조는 토리를 두고 출근을 하는데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더 무겁다...


집에 돌아오니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

아침 산책 때보단 덜 묽은 변을 싸놨다,

아니면 시간이 좀 지나서 굳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변은 집에서 처음

보는 건데, 그것도 화장실에 치우기

쉬운 장소에 예쁘게(?) 싸놓은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입양 후부터 소변은 집에서

몇 번 봤지만 하루 두 번씩 산책을 한 이후로는

소변도, 대변도 집에서 보는 일이 없는데

정말로 속이 좋지 않은 거 같아 하루 더

지켜보다 낫지 않으면 야간 병원이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날이지만 두 번이나 화장실에서...너 천재구나...

이렇게 토리는 나의 마음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어 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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