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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Feb 05. 2024

말대신 눈빛과 몸짓으로 통해요.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로 기쁘기도

하고,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나도 내가 이렇게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게

될 줄 몰랐고, 입양한 강아지 때문에

매일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 감정을 맛보며, 보내게 될 줄도

몰랐다.


어제는 산책을 가서, 기존에 산책코스

보다 좀 넓게 돌아 처음 가는 골목을

돌고 있었는데, 내가 가는 길 건너편에

개모차에 있는 강아지가 왜 때문인지

엄청 어대니까, 반대방향으로 가던

토리도 으면서 차도로 달려들기까지

하면서 난리를 치는 통에 두통이 올 정도였다.


가뜩이나 그날따라 산책을 좀 오래 해서

다리에 통증도 오고 있었는데, 토리가

으면서 난리를 칠 때마다 다리에 힘이

가해지면서 아픈 무릎은 그만 걸으라고

알람이라도 울리는 듯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

지는 듯하면서 너무 많이 돌아온

나 자신한테도 화가 났지만 난리를 치는

토리한테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 난리통을 치르고 또 집에

와서는 멍 때리며(?) 가만히 있는 강아지를

보자 왜 그때 내가 그렇게 화가 났을까,

어쩌면 토리가 강아지라 당연한 걸 수도

있고, 산책로와 시간은 내가 선택한

것인데라며 매번 같은 후회가 들었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기긴 마련이고,

그 조절은 내 몫인데 괜한 화를 나 자신이나

토리한테 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생각이 많다...너 아까 난리치던 그 아이 맞니?!

사실 화가 났다고 해서 길에서 토리한테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뭐라 할 에너지도

없었기에  아무 말 없이 리드줄을 최대한

내쪽으로 잡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안에서 냉랭한 공기는 토리한테 충분히

전달  됐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토리 다리를 씻겨주고,

저녁을 만들어 준 뒤에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질 않아서 토리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옆에 누워 편히 자는 모습을

보니 토리가 동물인지 사람인지를 내 나름대로의

정의가 필요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사람인지, 동물인지 아님 외계인인지...

강아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우리 언니들,

그래서 내가 입양하는 것도 크게 달가워

하지 않았던 언니들과 밥을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토리 때문에 서로 난감할 때가

있다, '언니들은 그냥 한 한 시간만 차에 두면

안돼?'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내 입장에선

용납이(?)되지 않아... 서로 불편하다....

내가 이상한 건지, 언니들이 이상한 건지...

뭐 정답이 있겠냐마는 반련인과 비반려인의

사고 차이이니 누가 맞다 틀 리다를 가늠할 순

없지만 내가 좀 너무 토리한테 집착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멍때리는 토리, 기분좋은 토리 이렇게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생각을 하다가 늦이막히

잠이 들었고, 늘 아침산책을 위해 출근시간

보다 일찍 일어나지만, 오늘 아침은 비까지

와서 그런지 피곤해서  침대 끝에 잠시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자던 토리가 어느새

일어나서 엎드려 있는 내 머리를 핥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내가 먼저 일어나서 토리 밥그릇을

씻고 난 뒤에 내가 하이톤의 목소리로

'토리 밥 먹을까?!'라고 말을  하기 전까진

침대 위에서 자는 아이였는데, 피곤한 나를

위로해 주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토리와 마음속 동지애의 전류가

흐르고 있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가 강아지 마음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살아있는 동물이고, 언어가

아닌 눈빛이나 몸짓으로 마음껏 대화를

천천히 나눠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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