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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May 17. 2024

공허의 그 어딘가쯤에 마음을 두고 온다.

5월은 가족의 달이라고 SNS나, 기사들

중에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환한 얼굴의

가족사진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함께 모여 어울릴만한

가족이 없다. 그래서 가끔은 거리에서

뵈는 어르신들의 가슴 한쪽에 꼽힌

카네이션만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사실 살아생전에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큰걸 기대하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엄마가 살아 계실 때도, 이런 날에

가게마다 흔하게 내놓는 카네이션 바구니

중에서도 나는 가장 크고 좋은 걸 사기보단

적당한 크기의 적당한 가격에서 카네이션을

샀다... 그래도 엄마는 그 작은 카네이션

바구니를 한참을 들여다보시면서 기뻐하셨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크고, 비싼 걸

사 드릴 걸 그랬다. 그러면 엄마의 기쁨도

두 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지금도 카네이션을 사긴 하지만

카네이션이 달리는 곳은 따뜻한 엄마의

가슴품이 아니라 납골당 차가운 유리문이다.

꽃이 예쁘다고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

어루만져 줄 사람 한 명 없다.

하지만 나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꽃을 사고, 꽃은 허공에서 시들어 간다.

그래도 내 옆에 귀여운 토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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