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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Feb 12. 2017

새차 뽑은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새차 뽑은 남자>
 
매번 빌려 탔던 부모님 차,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이유가 없어요. 왜? 드디어 남자에게도 차가 생겼거든요.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지 몰라요.
새 차를 뽑으니..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여자친구래요. 옆 좌석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드라이브 갈 생각을 하니 남잔 그냥 막 신이나요. 엔돌핀 팍팍 솟아나요... 당장 여자친구 집으로 달려가 불러내요. 그러곤 힘줘 말해요.

 
남 - "야!! 타"


여친에게 남잔 더 목에 힘줘 말해요.


남- “드라이브 가자”


차가 없어 늘 여친 앞에 스스로 기가 죽었던 남자였거늘.. 이날만큼은 달라요. 새 차를 장만한 그 이유 하나만으로 뭐가 그리 당당해졌는가 몰라요.
 
여친을 태우고 신나게 평화로를 달리는 남자!!!


남- 승차감 좋지?


여친과 함께 새 차를 타고 쌩쌩 도로 위를 달리니 남자의 기분도 쌩쌩~ 하늘을 날아요. 신나게 달리는데 그만 이런 된장~~~~~~~~ 그만 과속방지턱에 걸려버리고 말았어요. 남자의 몸의 일부가 부서지는 느낌이래요.


남- 새 찬데... 망가진 거 없겠지?


여자친구에게 안 놀랬지? 괜찮지?라는 멘트가 나와줄줄 알았거만 새차를 뽑았더니.. 남자도 순간 자신의 입에서 나온 멘트에 놀라울 뿐이에요.
 
여자친구에게 자랑질을 다 끝낸 남자. 이번에는 친구녀석을 불러내요. 사실 얼마 전 차를 샀다며 자신 앞에 심하게 자랑질 하던 친구녀석 때문에 살짝 배가 아팠었거든요.


남- 나도 차 샀어... 


새 차를 샀으니 남자는 참 바빠요... 나 차샀오. 광고하느라 바빠요. 동네방네 여기저기 알릴 곳은 다 알려야 한대요. 이번에는 후배녀석에게 전화를 해요.


남- 형이 데리러 갈게...


차를 사더니 이렇게 남자가 달라질 수가 없어요.
평소 잘 베풀지도 않던 친절에 후배 녀석도 놀라울 뿐이에요.
 
하지만 그럼 그렇지... 다시 또 달라지는 남자의 태도!!!!


남- 어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새 차 안에 담배 냄새가 배게 놔둘 수는 없어요.
담배 못 피우게 해~ 쓰레기 못 버리게 해~~~~~~~자신의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신신당부... 주의할 사항들을 꼼꼼히 가르쳐요.
 
여자친구. 동네친구, 학교동창, 후배, 직장동료.. 내가 아는 사람에게 뿐 아니라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남 - 이거 새차야~ 


심하게 자랑질을 해대요. 주행하다 신호등이 걸리면 기회는 이때다 하고는 자동차 창문을 열어요. 그러고는 괜히 음악을 크게 틀고 자신의 쪽으로 시선을 끌어요. 네, 남자의 차 좀 봐달라는 소리에요.
 
남자의 새 차 자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차 샀오” 자랑이 끝나면 이번에는 차 성능 자랑으로 이어져요.


남- 따뜻하지? 이거 자동차 시트에 자체 히트 기능이 있다고!!!


이것 저것 자랑할 건덕지를 찾아내는 남자에요. 남자는 자동차 하나만으로 자신감이 달라진대요. 괜히 새차를 타면 대접 받는 듯한 느낌이래요. 그러니 마트를 갈 때도 레스토랑을 갈 때도 그 어디를 지나치더라도
고개 들고.. 있는폼 없는폼 재대는 남자에요.
 
하지만 새차를 장만한 이후부터 남자가 예민해졌어요.자동차 엔진소리는 물론 자동차에서 나오는 소리란 소리... 모든소리에 귀기울여 내 몸을 차와 일치 시켜요.
조그만 소음에도 민감!!!! 새찬데 행여나 이상이 있는 차가 내게로 왔을까에 대한 걱정이래요. 새 차를 뽑은 이후부터 인간중심이던 남자의 생활이 자동차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남자의 차에 새의 분비물이 묻어 있는 걸 볼때면 아주 격한 반응을 보이며 물티슈를 찾아서는 바로 닦아주는 센스!!!!!!!!!!!! 집안 청소 한번 안하는 남자가 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 없어요. 청소 잘해 술 마시는 일도 줄고 새 차를 장만하니 남자의 생활에도 하나 하나 달라진 변화들이 많아요.
 
 지금까지 새차를 장만한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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