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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12. 2016

쇼핑하는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남자들이 쇼핑을 할 때는 대게 그래요. 본인의 의지라기보다 여자에게 끌려서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여-오빠, 스타일이 그게 뭐야?    


여자친구의 구박이 남자를 쇼핑하게 만들어요. 남자들은 그래요. 옷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에요.

하지만 남자라고 무조건 쇼핑이 싫은 것도 아니에요. 쇼핑이 나쁘지가 않아요. 귀찮지가 않아요. 누군가 잘 보이고 싶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남자에겐 쇼핑이 그저 즐겁기만 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요. 사랑받고 싶어요. 스타일 변신을 하면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줄 것만 같아요. 그러니 몇 시간 돌아다녀도 힘들지가 않아요.     


그런가 하면 외로운 솔로들에게도 쇼핑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에요.    


남-잘 차려입지 않아서... 그래서 여태 혼잔가?    


여자친구 만들어보겠다며 결심을 한 솔로남은 일단 쇼핑의 거리 칠성로를 나가요. 쇼핑을 해요. 모처럼 맘먹고 쇼핑을 할라 쳤더니 그날따라 남자의 눈에는 유아복, 여자들 옷가게만 보이니 여기서 또 솔로 남자는 완전 소외당한 기분을 느껴요. 이렇듯 쇼핑은 때론 남자를 기분 나쁘게도 해요.    


여자들에게 이끌려 쇼핑 온 커플남에게도 그래요. 기껏 기분 맞춰주면서 이 매장 저 매장 돌아다니고... 입어보고 벗어보고... 벗어보고 입어보고... 여자친구, 아내의 요구에 따라줬더니만 날아오는 소리라곤    


여- 당신은 어쩜... 어느 옷을 입혀도 스타일이 안 나오냐?    


순간 욱!!! 당장 쇼핑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또 남자의 화를 돋우는 한마디!!!    


여- 어머... 그거 유행 지난 옷인데...    


이번에는 종업원이에요. 이러니 남자는 기분이 상해요. 쇼핑이 불편해요. 쇼핑이 즐겁지가 않아요.     


남자는 결국 인터넷 쇼핑을 해요. 쇼윈도를 기웃거리듯 인터넷 쇼핑몰을 어슬렁어슬렁 클릭 한방으로 상품을 구입해요. 구입할 물건이 올 날을 기다려요. 드디어 도착!!!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요.    


남- 이거 나 입어지커라... 입으면 잘도 뽀짝해키여...

(이거 내가 입을 수 있겠어? 입으면 너무 달라붙을 것 같은데...)    


옷이 도착할 때까지 그 며칠 안 된 사이에 여기저기 모임 쫓아다니며 먹고 마셔대느라 그 짧은 사이에 살이 쪘어요. 찐 살이 문제예요. 반품 처리도 귀찮고 짜증 나요.    


결국 남자는 다시 쇼핑의 거리 칠성로를 찾아요. “창고 대방출”이라는 글자가 확~ 눈에 들어와요. 저곳에 가면 올겨울 옷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남자! 그놈의 존심이 뭐길래~~~~~~~~~~ 존심을 생각해 다시 턴~~~~~~~~~ 유명 메이커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남자예요. 없어 보이기 싫은 게 남자들이래요. 그래서 옷을 살 때도 깎지도 못하는 존심만 내세우는 남자예요. 거기다 종업원 꾐에까지 넘어가 더럭 10만원짜리 면티까지 지르고 말아요. 폼 재며 으쓱으쓱 돌아다녔건만 이런 된장~~~~~~~~~~~    


남-뭐야... 나랑 똑같은 옷 입은 사람이 많네    


한둘이 아니에요. 식당에 가서도 똑같은 면티를 입은 남자를 마주치고 심지어 회사에까지도 똑같은 옷을 입은 동료가 나타나니 기운 빠지는 남자예요.


쇼핑이 힘들어요. 쇼핑이 머리 아프게 해요. 쇼핑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 말하는 남자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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