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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14. 2016

등산하는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회사 직장 동료들과 한라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했어요. 등산하기 전날~ 남자는 등산용품 전문매장으로 가요. 대충 운동복 입고 가도 되지만 나름 튀어보고 싶다는 남자! 등산에 일가견이 있다고 티 좀 내려고 등산화, 등산 바지, 등산 배낭을 사러 매장에 갔어요. 하나하나 따져보며 살펴보는데 이런 된장~

   

남-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남자가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에요. 결국 마음속 협상 끝에 바지만 사기로 했어요. 대신 있는 티 팍팍 내고 싶어 브랜드 마크가 크고 눈에 박힌 티 나는 바지를 사요. 들뜬 마음에 뒤척뒤척 잠도 못 자는 남자예요. 벌써 마음은 한라산 정상에 가 있어요.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아침 7시에 성판악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러려면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요. 걱정이 체력이에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등산할 때는 오이와 초콜릿이 좋대요.

   

남-늦었다. 이 밤에 오이를 어디 가서 구해?    


결국 아침에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사기로 계획해요. 드디어 아침!!! 배낭 안에 이것저것 채워 담아요. 신발도 담고 양말도 담아요.    


남-같이 간 여자 동료들이 내 배낭에 이것저것 쑤셔 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야...


가볍고 부피 있게 보이는 것. 비옷이 그만이에요.     

드디어 성판악 도착!!! 주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스트레칭을 해요. 그 모습을 보니 꼭 나도 따라 해야 할 것 같아... 슬쩍슬쩍... 어느새 남 따라 스트레칭하는 자신을 발견해요.


이런 깜짝이야... 제대로 깜찍이예요. 평소에는 유니폼만 입은 여자 동료의 모습만 봐와 등산복 입은 모습이 이리도 깜찍할 줄은 몰랐어요.     


남- 역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니까.     


평소와 다르게 아주 예뻐 보이는 여자 동료... 매고 있는 가방이라도 대신 들어주고 싶은데... 하지만 남자는 저질체력. 자기 몸 가누기도 힘이 들어요. 여자 동료가 물어요. 선배님은 한라산 등반 몇 번이나 했냐고... 아 큰일이에요. 중고등학교 때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오른 게 다인데... 이대로 스타일 구겨질 수 없는 노릇이에요.    

 

남-한 열 번 됐나?    


여자 동료는 대단하다는 듯 쳐다보며 물어요. 백록담에 물이 많이 찼냐고 물어요.   

  

남-요즘 장마철이니까 물 많이 찼겠지... 하하하    


전혀 근거 없는 얘기예요.    


출발!!! 시작은 언제나 좋아요. 서로 대화를 나누며 기분 좋게 한라산을 오르고 있어요. 하지만 30분이 지나자 시작할 때와는 분위기부터가 달라요. 대화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대신 헉헉대는 숨소리가 들릴 뿐~ 남자는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조금 앞서서 걸어. 그런데 한 명 한 명이 남자를 추월해요.

  

남-저기 쉬었다 가요.    


동료들은 말해요. 한번 쉬었다가 오르면 힘들어진대요. 자주 쉬면 올라가기 힘들대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어요. 다른 남자동료들은 여직원 챙기기 바쁘지 저질체력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아요.     

출발한지 3시간 남짓... 드디어 진달래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해요.     


남- 야호... 이제 다 왔어...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어요. 대피소에 계시던 분이 그랬거든요. 등산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래요.

진달래대피소의 매력은 사발면이에요. 큰 사이즈 필요 없어요. 작은 사이즈여도 충분해요. 여기선 김치와 단무지도 필요 없어요.  

  

남-국물이 끝내줘요.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과 면발이 최고래요. 두 개 먹으면 안돼요. 너무 배가 부르면 등산하기가 어렵거든요. 갑자기 군대 생각이 나요. 유격훈련장까지 가는 엄청난 행군이에요. 체력 없다는 여자 동료는 남자를 앞질러 간지가 벌써 십분.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에요.    

가파른 곳 뚫고 드디어 정상! 다른 직장 동료들은 이미 야호 3번에 기념촬영까지 끝냈어요.  

   

남- 평소에 운동 좀 해 둘 걸...    


남자 혼자 따돌림 당해요. 이러니 같이 간 동료가 말해요. 김대린 일은 잘하지만 등산은 못한다 구박이에요.

   

남- 등산 잘 하면 진급시켜줘? 월급을 더 줘? 아니잖아...  

  

스스로를 위로해요.

정상에 다다르니 벅차오르는 감동!!! 하지만 이미 표정은 10번째 오른 표정으로 여유 있는 미솔 지어요.  

   

남- 야호.


환희의 외침이에요. 정상에 오른 자신을 대견스러워해요. 인생에 계급장 하나를 더 단 듯 자신이 자랑스러울 수가 없대요. 정상에서의 기분을 만끽하는 남자예요.    


남-그나저나 오르는 데만도 5시간. 내려가는 길도 몇 시간은 걸릴 텐데...    


막막하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말하는 남자...

세계 자연유산 한라산을 지킨다는 의지로 쓰레기까지 가지고 내려가요.    


지금까지 등산하는 남자였어요.      


   

***제주에서 등산하면 한라산!!!

제주도 중앙부에 솟아있는 휴화산으로  높이는 1950m, 남한에서 가장 높다.

한라산 등반 코스도 총 7개의 탐방로가 있다.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어승생악, 석굴암 코스로 이루어졌는데, 코스마다도 각각의 특성이 있다. 한라산 등반 계획이라면 각각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자신들의 체력과 시간을 잘 고려해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정하는 게 포인트!!!  

한라산 등반은 각 계절별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제각각 매력을 갖고 있다.

봄의 철쭉·진달래·유채,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과 운해가 절경이다.     

또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 6월 27일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산은 다양한 식생분포를 이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동.식물의보고로서 1966년 10월 12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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