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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14. 2016

등산하는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내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라산에 오르기로 했어요. 아싸라비아... 이 쾌재의 의미는? 사실 평소 찜~~~ 괜찮게 생각했던 선배도 이번 등산에 함께 하기로 했거든요. 명단자 확인을 몇 번을 했는가 몰라요. 눈 씻고 다시 보고.. 꼬집어 다시 보고... 분명히 한라산 등산자 명단에 선배의 이름이 있어요. 절호의 기회예요. 이참에 확실히 가까워지겠노라 의지 불끈! 다짐하는 여자예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은 의상부터 갖춰야 한대요. 급하게 등산복 전문매장을 찾는 여자예요.    


여-스타일... 진짜... 안 나오네...    


하늘하늘 플레어스커트 입고... 여성성 맘껏 드러내 매력을 발산하고 싶은데... 하지만 등산하는데 스커트 자락 휘날리며 나타났다가는 머리에 꽃 꽂은 여자 취급당하기 딱이에요. 아쉬운 대로 간지 나는 등산복으로 고르고 또 골라 구입해요. 아... 벌써부터 마음은 한라산에 가 있어요. 간지 좔좔 흐르는 등산복 입고 좋아하는 선배와 한라산을 오르는 기분 좋은 상상... 그 자체만으로 이 여름 무더위... 싹~ 달아난대요. 유쾌 상쾌 기분 최고래요. 등산복 구입했으니 이번에는 근처 마트로 향해요. 도시락을 싸서 가야 대요. 김밥을 싸서 가기로 했어요.   

  

여-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있을래...♬   

 

이른 새벽에도 신나게 김밥을 마는 여자예요.     

준비물도 점검! 일부러 작은 배낭을 준비한대요. 드디어 집결장소에 모이고! 여자는 싸서 온 김밥과 물은 남자 배낭으로 쑤욱~ 올 때는 무겁게 왔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길에 오르는 여자예요. 아차... 일단 오르기 전!!! 화장실부터 들려주는 센스!!!! 볼일도 보고 옷 매무새도 살피고 나면 이제부터는 정말 등산길에 올라요. 기분 좋은 출발!!! 


그리고 30분 후... 함께 간 동료들 서서히 말수가 줄어들고 조금은 지쳐하는 듯한 표정이에요. 사실 여자는 매일 한라수목원을 오르며 이미 체력은 키워왔던 터라 한라산 등반이 그리 힘들지가 않대요. 하지만 힘든 척~ 힘들어 죽는 척~ 연기를 보여주는 여자!!! 여자가 강해 보이면 매력이 없대요.  

  

여-힘들어요... 선배님... 같이 가요.    


이러면서 은근슬쩍... 그렇게...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할 기회를 잡는 여자!!! 마트에서 산 초콜릿도 선배에게 건네고 또 맛있는 김밥도 쌌다며... 선배 앞에서 은근히 자랑, 준비된 현모양처임을 은근히 드러내는 여자예요. 하지만 이런 된장!!!

분명 미리 화장실을 다녀왔건만... 또다시 화장실 가고 싶다는 신호가 밀려와요. 좋아하는 선배고 뭐고 일단 화장실부터 해결을 해야겠대요. 하지만 이런 간장~~~

화장실은 보이지가 않으니 진달래대피소까지 가야만 한대요.

에라 모르겠노라... 약한 척... 힘든 척... 필요 없어요. 화장실.... 지금은 화장실이 급해요.    


여- 선배님... 저 먼저 속도 좀 내고 갈게요~~


화장실을 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서둘러 앞질러 급하게 진달래대피소까지 가는 여자!!! 하지만 이런 쌈장~~~~

이건 웬 난린지... 화장실에 줄이 길게 늘어섰고   

 

여- 아... 급해 죽겠는데... 언제면 기다리냐고...

   

어쩔 수 없다며 눈치 살펴가며 남자화장실로 gogo! 대단한 용기예요.

그나저나 오늘의 계획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에요. 무슨 여자가 강철체력도 아니고... 남자동료들보다도 척척척 잘도 산에 오르는 모습... 원래 계획했던 모습이 아니였건만, 거기다 선배와 함께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모락모락 사랑이 싹트나 싶었더니 그만 그 좋은 기회를 화장실에 날려 보내버렸으니... 그저 아쉬울 뿐이래요.     


드디어 정상! 가지고 온 디지털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나름 한라산 정상까지 오른 걸 기뻐하며 이 감동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대요.  

  

여-선배님... 사진 같이 찍어요.    


잘생긴 선배와 함께 팔짱까지 끼고 스마일~ 미소까지 날려주면 끝!!!

나중에 홈피에 올려 친구들에게 자랑질을 해줘야겠대요. 거기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선배의 사진을 손에 넣었으니 기쁨이 용솟음친대요. 친구들에게 전화까지 해요.  

  

여-나 한라산 정상!!!! 뭐야? 정상까지 와 본 적 없어? 야야..니가 그러고도 진정제주도민이냐? 여기 오난 잘도 좋다야...(여기 오니까 아주 좋아)    


완전 호들갑이에요.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제대로 호들갑이에요.    

정신없고 산만했던 등반이지만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할 수 있었고, 거기다 덤으로 다정히 팔짱 끼고 사진까지 찍는 수확을 얻어 무지 기쁘다는 여자!!! 그뿐만이 아니에요. 제대로 다이어트까지 했어요. 집에 돌아가면 스트레칭으로 놀란 근육들을 진정 좀 시켜줘야겠어요.  

  

지금까지 등산하는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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