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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19. 2016

회식자리에서 여자

제주에 사는 여자, 네마음을 보여줘~!

오늘은 회식날... 하지만 여자! 회식이 그리 반갑지가 않아요. 술을 못 마시는 여자에게는 이날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대요. 이건 술 권하는 사회인지 자꾸 술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나.. 그런가 하면 술 따르기를 강요하기도 해요.    


여- 전 말이죠. 온리유~ 오직 한 사람에게만 술을 따르지... 제게 강요하지 마시라니까요...   

 

회식을 자꾸 피하게 만드는 이유는 참 다양해요. 주사를 부리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상사! 또 있어요~~~~ 술도 못 마시는데... 한술 더 떠 폭탄주까지 제조하며 자꾸 마시라며 여자를 괴롭히니... 여자는 한마디 해요.    


여- 저는요. 술 한잔만 마시면 훅~ 하고 쓰러져요~~~    


이어지는 부장님의 무셔운 한소리~~~~~~` 니가 어떻게 감히 내 잔을... 이 부장 잔을 꺾는 냐는 둥 다다다 다다다 폭탄주보다 더 무시무시한 말의 폭탄이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이러니 이러니 회식자리에서는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중요해요. 무조건 좋은 자리 잘 잡아야만 뒤탈이 없어요. 회식자리 출석했노라고 눈도장 확실히 찍어야 하고, 술잔 따르라... 마시라... 요구하기 힘든 잘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앉는 게 최고예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구석진 자리만 한 곳이 없어요. 구석진 자리에 턱 하니 앉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도망갈 계획을 세우는 여자예요.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술자리는 점점 물이 오르고~~~~~~~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에요. 남자 직원들의 넥타이와 벨트가 정직하지가 않아요. 제자리에 없어요. 어느새 머리에 묶인 넥타이하며 허리띠는 색소폰으로 둔갑해 있어요. 열심히 허리띠를 부여잡고 마치 색소폰을 부는 듯 흉내를 내는 남자동료를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참 불편하다 말하는 여자!    


여- 아니... 무슨 대니정. 케니지도 아니고 말이야.    


여자들의 눈살을 더욱더 찌푸리게 하는 회식날의 풍경은?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대는 남자들!!! 아니 함께 있는 자리... 담배 안 피우는 여자 직원들도 고려해서 깨끗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는 없는지... 가슴이 답답... 머리도 답답... 아~ 담배연기 없는 회식은 없냐고 투덜투덜 투덜대는 여자예요~ 담배연기 맡아 몸 버리지~ 거기다 다이어트 계획에까지 크나큰 손상을 입히고 있대요.   

 

여- 내일부터 하지 뭐...    


어제까지만 해도 올여름엔 비키니를 입는다며 결심 단단히 했던 여잔데... 한순간에 그 결심이 무너지고 마는, 다이어트 상실의 순간이에요.    


여- 오늘까지만 먹자고...    


마시고 먹고... 회식을 즐겨요~ 피한다고 직장 상사를 피해 앉았더니 어디선가 나타나 여자 앞에 앉아서는 술을 권하는 직장 상사~~~~~~~    


여- 저 술 못해요    


이 멘트를 날렸다가는 제대로 밉상으로 찍힐게 뻔해요. 어쩔 수 없이 술을 받아 마시는 여자예요. 하지만 여자의 술 안마시기 작전은 여기서 멈출 수가 없어요~ 이제부터 적당한 요령 피우기 작전이 시작됐어요~ 부장님 안 보이는 사이... 딴 데 보는 틈을 노려 상 아래 맥주컵을 챙겨뒀어요. 그곳에 살짝 술을 비우고 술잔 안에는 물로 바꿔 채워 담아요. 물을 술인 양 받아먹고는 술이 쓰네라는 리액션까지 꼭 들어가 준대요. 타고난 연기자가 따로 없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남들 앞에 술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자기 몸 지가 관리할 수밖에 없대요.  술 안 마시기 위해 요령 피우는 것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부장님은 계속해서 여자의 머리를 지끈지끈 아파오게 해요. 도대체가 여자의 머리에 쉴 틈을 안 줘요. 요즘 구상하는 프로젝트가 어쩌고 저쩌고... 아~~~~~~~~` 아무리 회식이 일의 연장선이라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여자! 여기서 표정관리... 아주 제대로 들어가 줘요. 부장님의 이 얘기 저 얘기에 늘 기분 좋게    


여-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적당히 추임새 넣어주는 센스!!!    


여- 부장님이 그러셨다고요? 부장님... 최곤데요?    


칭찬하고 경청하고 아... 이 짓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일의 밝은 회사생활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가 없어요~ 적당히... 회사 부장님을 장동건처럼 멋진 배우로~ 카리스마 최고의 리더십 왕창 끝내주는 또 다른 환상 속의 인물로 포장해 자랑질을 늘어줘요. 여기까지가 좋았어요. 여기까지 해주면 회사생활 즐거울뻔했어요. 너무 지나치면 문제라고... 요놈의 지나친 술이 문제예요~ 술은 사람을 솔직하게 해주는 어떤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그만 주는 대로 덥석 술을 받아 마시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하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어요.     


여- 부장님... 저번에 입고 오신 넥타이... 그거 촌스러운 거 아시죠?    


아... 이런 제대로 환장~~~~~~~` 더 이상의 실수는 곤란해요. 하지만 이어지는 여자의 멘트!!!    


여- 있지.. 있지... 우리 부장님... 알아주는 컴맹이잖아...    


옆에 앉은 여자의 선배! 이대로 실수하는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는지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고 자꾸 여자 보고 밖으로 나가재요.    


여- (나 부장님한테  아직 고를 말 남아신디예~) 나 부장님한테 할 말 남아있단 말이에요~    


이후 벌어질 상황이 걱정됐는지... 선배는..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자며 여잘 밖으로 데리고 나가요. 그제서야 조금 정신이 든다는 여자!!! 사무실에선 불편하게만 지냈던 선배님이신데... 오늘을 계기로 두 사람 돈독해졌어요. 적당히 마시라며 챙겨준 선배가 너무 고맙대요.    


여- 앞으로 사무실에서 자주 얘기도 나누고 친하게 지내요. 제가 잘 할게요~    


이래서 회식이 있는가 봐요~ 팀내 구성원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줘...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면 앞으로 회식이 즐거울 거 같아요! 어차피 참석해야 할 술자리라면 불평불만보다 즐겁게!!!! 좋은 게 좋은 거예요.  

   

지금까지 회식자리에 참석한 여자였어요.


       

***제주에서 술문화!!!

짧은 이동거리로 1차 2차 3차 움직임이 빠르다.

예측컨대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근무지와 거주지의 근접성이 높아 퇴근 후 시간적 여유로움이 많은 편이고, 이에 자연스레 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으며 또한 은근히 주당들이 많은 곳이 제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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