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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20. 2016

회식자리에서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무더운 여름... 바쁜 업무에 시달려 일에 매진하다 보면 퇴근길.. 자연스레 향하게 되는 곳이 있으니 시원한 맥주가 있는 집이래요. 하지만 남자는 다음을 기약해요!    


남- 곧 있으면 회식인데, 참자고!!!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회식!!! 정말 기다리던 시간이에요. 하지만 회식 장소는 맥주집이 아니에요. 물론 갈증을 해소시키는 시원한 맥주도 좋지만 기름기 좔좔 삼겹살에 소주 한잔도 좋대요. 술이 있는 자리면 그저 좋대요.     


남- 공짜로 술을 마실 수가 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고!!!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지만 이건 엄밀히 따지면 공짜가 아니래요.     


남- 열심히 일한 자에게 주는 보너스 정도라고 해주자고~    


째깍째깍 드디어 시계는 6시로 향하고 있고 곳곳에서 탄성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해요~    


남- 며칠 만에 마시는 술이야?  오늘은 맘껏 달리는 거야.    


어차피 자신이 내는 돈도 아닌데... 오늘 회식은 2차.. 3차.. 끝차까지 간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남자예요. 옆에 결혼한 지대리도...오늘만큼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라며 좋아해요. 몇몇 총각 사원도 사내에 맘에 들었던 여직원이 있는데 회식을 통해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며 절호의 기회라며 아주 좋아라 해요. 회식 때 보이는 저마다 제각각 다른 반응과 표정들이 참 재미있어요.


드디어 회식장소인 고깃집에 도착! 일단 자리잡기가 문제예요~ 남자는 직장상사와 가장 먼 곳으로 앉고 싶대요.  


남- 상사 옆에 앉으면 일단 고기 구워야지... 거기다 편히 먹지도 못한다고...    


그뿐만이 아니에요. 너무 취해서 실수할까 봐 그것도 신경 쓰이지... 술 원샷 시킬게 뻔한데... 어떻게 감당하라고... 주는 술 다 받아먹어야지... 그 불편한 가시방석에 앉을 이유가 없대요. 하지만 다들 남자 마음과 같지 않은가 봐요. 다른 동료! 상사 바로 옆자리로 앉더니... 이 무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추에이션인가 몰라요~~~~~~~   

 

남- 딸랑딸랑~ 부장님의 영원한 종이예요~~~~~~~`    


남자는 아부가 심한 동료직원의 행동이 그렇게 보기 싫을 수가 없대요. 아... 이거... 남자도 이들의 아부 행렬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살짝 고민이 되기도 한대요.

이어지는 폭탄주 제조시간!!! 이때부터 남자는 또 다른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수밖에 없어요.    


남- 이제 곧 건배제의가 있을 텐데...     


도대체 뭐라고 건배사를 외쳐야 하는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남- 새롭고 신선한 건배제의를 해야만 하는 이 창작의 고통!!! 아우~~~~~~~    


직원들 한 명 한 명씩!!! 건배제의가 시작됐어요~

“원더걸스”~~~~~~`

원! 원하는 만큼

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걸! 걸맞게

스! 스스로 마시자~    


“원더걸스” 나타나시더니 이번에는 “마돈나”까지 떠 주셨어요.

마! 마누라...

돈! 돈 벌고 올게

나! 나가지마~~~~~~~~    


한 명 한 명 남들이 건배제의를 하는 동안 남자도 머리를 쥐어짜 내며 생각해냈어요. 남자도 이대로 질 수만은 없대요. 아주 멋지게~ “재건축!”을 외쳐요!!

재! 재미있고

건! 건강하고

축! 축복받는 일터를 위해서    


건배사 짜내느라 머리는 아팠지만 괜찮은 건배사라며 칭찬하고 다들 즐거워하니 이런 재미에 회식이 있나 봐요.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따르고 술자리는 점점 물이 오르고~~~~~~~~~~ 술이 기분 좋게 술술술 들어오는 순간에요~ 그런데 이런 환장~~~~~~~~~~~~~~~ 알코올이 남자의 몸 안에 들어가더니 그동안 맺혔던 말... 하고 싶었던 말이 술술술 나오는 거예요.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 어려움은 없냐?’는 물음에 남자 그만... 알딸딸한 김에... 서운하고 힘들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뱉어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남-(알딸딸 버전으로) 부장님... 그때... 그 기획서... 제 아이디어인 거 아시죠?    


앞에 앉은 부장님.. 순간 얼굴 굳어지고 이럴 순 없어요. 하지만 남자... 부장님의 굳어진 얼굴은 전혀 보이지가 않는가 봐요. 이러쿵저러쿵 말 많아지는 남자! 그동안 맺혔던 한을 다 털어놓으려고 작정했나 봐요. 아~~~~~ 그래도 이건 아닌데...

여기서 잠깐~! 내레이터 김정수의 한마디!!! 회식자리에서 직장상사의 다음의 말에 절대 절대 조심해야 해요.

“괜찮아... 오늘은 다 얘기해봐” 이 멘트의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말아야 해요. 술술술~ 너무 술이 잘 들어간다 했더니... 상사에게 이 얘기 저 얘기 다 하고... 이런 남자가 걱정됐는지 옆에 있던 동료! 많이 취했다며 적당한 선에서 남자를 데리고 나가요. 그리곤 숙취 음료를 건네요. 안 그래도 이소리 소리해 부장님 신경을 건드려놨는데 내일까지 지각하면 곤란하대요.    


남-고맙수다~ (고마워요)    


숙취음료까지 챙겨 건네는 동료직원의 마지막 씀씀이가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남자! 말 많고 탈 많은 회식자리라지만.... 남자에게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 잊지 못할 회식이었어요.   

 

지금까지 회식자리에 참석한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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