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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식탁 이효진 Mar 27. 2016

전화 통화하는 남자

제주에 사는 남자, 네마음을 보여줘~!

남-오늘까지 쓸 수 있나? 아무래도 충전해야겠지?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전화 배터리 양부터 확인하는 남자래요. 충전 중인데 갑자기 울려대는 전화, 친구의 전화예요.   

 

남- 어... 무사? (왜?)    


친구에게는 늘 그렇듯 왜 전화했느냐 식의 투박한 말투예요.  

   

남- 바쁘니까 빨리 고르라게(얘기해)

   

바쁘지도 않은데 뭐가 급한지... 오로지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를 외치는 남자! 남자에겐 그래요. 휴대전화 기계 나부랭이에 대고 이러네 저러네 얘기하는 게 참 갑갑하고 짜증 나는 일이래요.

친구의 용건은 저녁에 술 한잔 사겠다나??? 뜨거운 햇볕에 종일 시달려 지내던 남자, 사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었거든요. 이러니 술 한잔 마실 건수가 생김에 무지 반가워해요.    


남- 술 한잔 사려고? 역시 넌 내 친구야...   

 

투박했던 말투가 급 반가움의 말투로 변하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남자의 말투!!! 그때 그때 달라요~ 저 친구가 내게 도움을 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말투... 태도가 확~~~~ 달라질 수 있대요. 직장상사나 선배와 통화를 할 때도 그래요. 혈기왕성한 말투의 목소리로 아주 깍듯한 예우를 지킨다는 오버액션을 날려요.

   

남- 네네, 선배님.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서 전화가 왔는지 왠지 통화를 피하는 눈치예요.    


남- 여보세요. 제가 금방 전화드릴게요~    


바쁜 것처럼 통화를 끊어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번에는 아주 상냥한 말투예요.     


남-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니? 아니.. 아니.. 괜찮아... 잠깐만~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에 집중하기 위해 아예 다른 곳으로 날름 뛰어가는 남자!!! 누가 전화 내용을 들을까 살살 눈치를 살펴가며 조용한 곳에서 전화질이에요. 여자와 통화 중이에요. 역시 여자에게는 한없이 상냥해지는 남자!!! 하지만!!! 여자라고 다 똑같지는 않은가 봐요. 이번에도 분명 여자와 통화 중임은 분명한데... 태도가 달라요. 말투가 달라요. 달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 없어요.  

   

남-여보세요. 어(그래)... 아니(아니야)... 기?(그랬어?)... 알았어


알았다고 한참 침묵하다가 짧게 “아니... 기... 어... 아니” 말하기가 싫은 건지 질문에 대한 답만 하고 있어요. 일부러라는 인상이 강해요. 하지만 절대 남자가 먼저 끊지는 않아요. 상대가 알아서 끊어주길 바란다는 눈치예요. 도대체 누구와 통화를 하기에? 알고 봤더니 남자에게 열심히 들이대는 여자의 전화래요. 들이대는 여자가  싫지는 않은지, 다만 대놓고 전화하지 말라 거부하지 않을 뿐! 그저 상대가 이끄는 대로 따라준대요.     


남- 저녁에 뭐하니? 바쁘니?    


이 말투는? 네... 좋아하는 여자와의 통화예요.    


남- 오빠랑 통화하는데 왜 대답이 짧아? 성의껏 답변해주면 안 되겠니?

   

아까 용건만 간단히를 외치던 그 남자가 맞는지? 계속해서 남자의 통화를 엿들어 보기로 해요.    


남- 누구랑 밥 먹었어? 야... 맛있었겠다... 담엔 오빠랑 같이 먹자.   

 

네, 좋아하는 여자랑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통화를 하는 남자! 전화기가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통화를 하니... 이 정도면 이 남자... 여자에게 깊이 빠져있음에 분명해요. 남자에게 전화란 약속을 하거나 약속을 확인하는 수단일 뿐인데... 좋아하는 여자와의 통화는 달라요. 무뚝뚝하던 남자도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닭살 멘트!!!    


남- 우리 공주님... 누가 괴롭히는데? 오빠가 기분 풀어줄게... 노래 불러줄까?    


닭살 돋는 통화는 늘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복도든 어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멘트를 날려주시니, 지도 민망하긴 민망했었나 봐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남자!!!! 부드럽게 전화질을 해대던 이 남자 갑자기 태도 돌변~~~~`    


남- 뭣들 하는 겁니까? 일 안 하십니까? 거기 거기 지환씨... 일 안 합니까? 일 좀 똑바로 하세요.    


이러던 남자에게 전화벨이 울리더니, 남자가 또 달라져요.    


남- 오빠?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지. 그래... 오늘 만나기로 한 거 알지... 이따 보자...    


달라도 너무 달라지니, 사무실 직원들 궁시렁 궁시렁~ 말이 많아요.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말이 많아요. 두 얼굴뿐이겠어요? 때론 세 얼굴? 아니 네 얼굴로까지 무한 얼굴 변신!!!    


남-네네...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고객, 손님들에게는 반갑고 뵙고 싶다는 목소리톤으로~~~ 그러다 전화를 끊으면 구시렁구시렁~~ 불만 많고 불평이 많아요. 전화는 자신을 드러내는, 또 다른 자신의 인상일 수밖에 없대요. 그러니 특히 고객과의 통화는 관리가 필요하대요.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화가 난 마음은 참고 꾹꾹 눌러 담아 즐겁게~유쾌하게~ 로또 2등 당첨되었다 생각하고 전화를 받는대요. 1등이라 생각하면 오보할 가능성이 크니 꼭 2등 당첨을 생각하며 전화를 받아 반가움과 기쁨을 표현한대요. 원활한 직장생활을 위해~ 윤택한 삶을 위해 오늘도 로또 2등 당첨을 생각하며 통화를 하는 남자, 지금까지 전화 통화하는 남자였어요.         



***제주도 남자는 거세고 말도 비교적 짧다!!!???

바람 많은 섬 제주!!! 특히 제주의 바람은 유별나게 강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제주의 강한 바람이 제주사람의 언어환경까지 바꿔 놓았다고 하니...

말이 거세고, '기’ ’아니’ ‘강’ ‘방’ ‘왕’처럼 축약형 언어가 발달한 것도 바람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래서인가? 제주섬처녀들은 서울남자들의 부드러운 말투에 심쿵~ 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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